설립 인가 얻어 2일 개교한 영호남 유일의 탈북대안학교
중고생 20명 재학…사회·생활 교육에 트라우마 치료도
[르포] "통일·자유 가치 교육" 탈북민 학생 품는 장대현학교
7일 부산 강서구 장대현중고등학교.
영호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탈북대안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은 이 학교는 지난 2일 개교식을 열고 본격적인 학사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는 20명의 학생이 중학교 2학급, 고등학교 2학급 규모로 나뉘어 수업받는다.

이곳 학생들은 북한에서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남한에 직접 내려오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 등이다.

일반 학교에 다닐 수도 있지만, 학생들로부터 따돌림당하거나 정서적, 과목별로 맞춤형 지도가 필요해 이 학교에 오게 된다.

[르포] "통일·자유 가치 교육" 탈북민 학생 품는 장대현학교
단정하게 갈색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은 이날 오전 수업 종이 울리자 각자 교실로 분주하게 들어갔다.

교실에서는 독일어·문화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7명의 학생은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이 설명하는 독일의 문화, 지리, 식습관 등 전반적인 문화에 대해 경청했다.

전국 탈북대안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개설된 이 수업은 전교생 필수 과목이다.

부모님과 함께 2017년 한국에 왔다는 A(18)양은 "독일어, 영어를 배우면서 외국인과 소통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는 게 너무 즐겁다"며 "베를린 장벽 등을 사진으로 보며 독일의 통일 과정 등을 배우는 데 유익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대표적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통일 사례가 남북통일에 시사하는 바가 커 이 수업을 개설했다.

임창호 장대현학교 교장은 "독일어와 문화를 익히는 것으로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독일의 통일과 남북 간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르포] "통일·자유 가치 교육" 탈북민 학생 품는 장대현학교
한국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역시 필수다.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온 만큼 한국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도 별도의 수업이 필요하다.

헌법의 역할, 생명의 존엄성 등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익혀야 하는 가치들을 이곳에서 배운다.

통일과 관련된 수업 역시 별도로 마련돼 있다.

통일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장단점 등을 대화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한국에 와서 누린 자유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이는 결국 통일의 당위성과 중요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르포] "통일·자유 가치 교육" 탈북민 학생 품는 장대현학교
한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워낙 험난하다 보니 학교에 다니면서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다.

과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팔려 가거나 성폭행과 폭행 등에 노출됐던 기억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들이 미술·음악 치료나 상담 등으로 정서적 건강을 다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임 교장은 "과거 힘들었던 기억으로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데 가정에서는 부모가 계속 일을 하러 나가다 보니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학교에서 기숙사를 운영하며 학생들을 매일 보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포] "통일·자유 가치 교육" 탈북민 학생 품는 장대현학교
학교에서는 학부모들과 함께 소통하며 북한 이탈주민 가정이 하나의 건강한 시민 가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노경아 교사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가정에는 담임 교사가 직접 전화해 아이를 사랑한다면 부모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직접적인 조언을 하기도 한다"며 "아이들과 각 가정이 정서적으로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