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일 우리나라 재단을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등을 우선 변제해주는 피해 배상안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여야의 반응이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맹목적인 반일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비난했다.

與 "한일 관계 향한 尹 정부의 의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뒤 이동하며 겨레하나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뒤 이동하며 겨레하나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제 과거를 바로 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제하 논평에서 "실타래가 뒤엉켜 있다고 놔둘 수만은 없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렵다고 방기하는 것은 뒤처지는 길"이라며 "오늘 윤석열 정부의 입장 발표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다. '미래'와 '국익'을 향한 대승적 결단이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향한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성의 있고 전향적인 화답을 기대한다. 이번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용기 있는 첫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은 고령의 피해자분들에 대한 무한책임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치열한 고민, 그리고 절실함이었다"며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 안보 위기 앞에서 한일·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제의 잔혹한 역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과거가 우리의 미래를 발목 잡아서도, 또한 과거에 매몰된 채 강제 동원 해법이 또 다른 정쟁의 도구가 돼서도 안 된다"며 "맹목적인 반일 정서는 오히려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고립을 자초하며 국익에 치명적 해악을 초래할 뿐 미래를 향하는 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野 "친일·매국 증명 위해 안간힘 쓰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민주당은 "정부가 일본에 굴종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에 국민은 치욕스럽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치욕의 날이다. 윤석열 정권이 역사의 정의를 부정하고 일본에 굴종하는 길을 선택했다. 국민은 능멸당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끝내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한국 기업이 마련한 돈으로 주도록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전범 기업들은 앉아서 면죄부를 받았고, 일본 정부는 과거 담화를 반복하는 체면치레로 골칫거리를 떼어냈다. 학폭 가해자는 사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피해자들끼리 돈 걷어 병원비 내라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무릎 꿇게 만든 윤석열 정부의 굴종 외교를 규탄한다. 이 와중에 일본은 WTO 반도체 수출 규제 제소를 해제하면 수출규제를 해제하겠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국민은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고 강변하는 정부를 보며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 국민을 능멸하고 국가의 이익도 모두 포기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일본에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그렇게 굴욕적인 외교로 일관하는 것이냐"며 "스스로 친일 매국 정권임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냐. 윤 대통령은 친일 굴종 외교를 즉각 중단하고 강제징용 피해배상 방안을 철회하라. 일본의 배상을 당당히 요구하지 못하고 국민을 배신하는 정권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한국 재단이 강제징용 확정판결 피해자에 배상"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등을 우선 변제해주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을 채택했다.

박 장관 브리핑에 따르면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2013다61381, 2013다67587, 2015다45420)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재단을 통해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한다.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해당 판결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며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