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민연금이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한 해 수익률 -8.22%, 평가손실 79조6000억원으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5년(2014~2018년) 연평균 수익률만 봐도 캐나다 10.7%, 미국 8.1%, 네덜란드 6.2%, 노르웨이 4.7%, 일본 4.4%, 한국 4.2%로 구조적으로 저조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의 보수 및 근무 여건을 보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의 2022회계연도 연봉은 409만 캐나다달러(약 39억원)인 데 비해 국민연금 CIO인 기금운용본부장의 기본급은 3억원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기금운용본부가 정치 및 지역 논리로 자본시장 중심부와 한참 동떨어진 전주에 있다는 점이다. 투자 동향 파악과 정보 수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지리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실력 있는 운용역이 국민연금 근무를 꺼리는 것도 막기 어렵다.

지난 6년간 국민연금을 떠난 운용역은 164명으로, 현 인원 319명의 절반 이상이 짐을 쌌다. 운용역 1명당 자산 규모는 2조원으로, 캐나다 CPPIB(약 2600억원)에 비해 7배 이상 많다. 이래선 안정적인 기금 운용이 불가능하다. 9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민 노후 자산을 정치·지역 논리에 휘둘리게 놔둘 순 없다. 연금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점을 4년가량 늦출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이전하는 데 법 개정 및 지역 반발이 장애가 된다면 서울사무소부터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금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연금 개혁의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