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지 매각도 보류?…조합들 "더 싸게는 안팔겠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보너스’로 여겨지던 보류지가 애물단지로 변했다. 연이은 가격 할인 공고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수요자에게 외면받고 있어서다. 급기야 일부 단지에서는 경기 회복을 기다리겠다며 할인 매각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할인 매각에 나선 보류지 아파트를 두고 시장에선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반응이 많다. 보류지는 조합이 사업비 충당을 위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남겨둔 아파트 물량이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대치제2지구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최근 다섯 번째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 앞서 네 차례에 걸쳐 보류지 매각 공고를 냈지만, 연이은 유찰로 매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작년 4월부터 조합이 보유한 전용면적 59㎡와 77㎡ 보류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최초 입찰 기준가는 각각 23억5400만원과 29억400만원이었는데, 유찰이 반복되면서 할인이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4차 매각 당시에는 각각 19억2600만원과 23억7600만원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최근 공고된 5차 매각에서는 추가 할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주변 시세와 매각 가격이 비슷해진 데다 조합원 사이에서 지나친 할인 분양이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할인이 계속되다 보니 같은 크기의 입주권 시세와 비슷해졌다”며 “추가 할인하면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은 수도권 현장도 비슷하다. 경기 성남시의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역시 보류지 매각에 재도전 중이다. 단지 내 전용 59㎡는 7억8600만원, 84㎡는 10억3000만원으로 입찰 기준가를 설정했다. 지난해 11월 첫 매각 공고 때와 같은 가격과 조건이다.

조합원의 요구가 이어지며 할인 매각을 계속하는 단지도 많다. 서울 양천구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15일 9억5000만원에 매각 공고한 전용 84㎡ 보류지가 유찰되자 최근 5000만원을 낮춰 다시 매각 공고를 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시장에 풀린 입주권 매물보다 싸게 나오지 않는 이상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조합 사이에서는 ‘무조건 싸게 팔면 사업비 충당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과 ‘조합 청산을 미루려고 집행부가 할인 매각을 주저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