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병해에 플로리다 직격탄…고공행진하는 오렌지 주스 선물 [원자재 포커스]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1년 전보다 약 80% 올랐으며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렌지 최대 산지인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생산량이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냉동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3센트(0.95%) 상승한 파운드당 2.44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9일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가 조정받았다. 그러나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은 19.48%다. 일 년 전 대비로는 78.45% 올랐다.

SK차팅의 수닐 쿠마르 딕싯 애널리스트는 “오렌지주스 선물의 사상 최고치 기록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며 “파운드당 2.9달러까지 가격이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상승세도 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미국에서 농축액이 아닌 오렌지 주스는 갤런(1갤런=3.78L)당 10달러를 기록했다며 “최근 미국 전역에서 발생했던 에그플레이션(계란 가격 상승)에 이어 오렌지 주스가 재정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병해에 플로리다 직격탄…고공행진하는 오렌지 주스 선물 [원자재 포커스]
세계 오렌지주스 시장의 양대 산맥은 미국 플로리다와 브라질 상파울로다. 두 곳의 생산량을 합치면 전체 오렌지 주스 시장 공급량의 85%를 차지한다. 브라질 생산량의 99%는 수출되고, 플로리다 생산량의 90%는 미국 내에서 소비된다.

그러나 지난해 플로리다에서는 오렌지 작황의 악재가 잇따랐다. 우선 지난해 9월 플로리다주를 덮친 초대형 허리케인 ‘이언’이 큰 피해를 입혔다. 플로리다대는 감귤 재배자들이 이언으로 인해 2억4700만달러(약 3211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10년 새 기승하는 감귤녹화병도 골칫거리다. 해충을 통해 전파되는 감귤녹화병은 오렌지 나무의 영양분과 수분 흐름을 막는다. 감귤녹화병에 걸린 나무의 오렌지는 다 익지 못하고 떨어진다.

미국 농무부는 이번 수확 시즌에 플로리다주에서 90파운드(약 40.8㎏) 상자 기준 약 1600만 상자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 시즌(4100만상자) 대비 61% 급감한 규모다.

플로리다주 감귤부의 경제 및 시장조사 책임자 마리사 잔슬러는 “허리케인 등 기후와 감귤녹화병이 양쪽에서 압박을 주는 상황”이라며 “업계가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