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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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각국에서 도입됐던 재택근무가 다시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테슬라와 구글, 디즈니와 아마존 등이 직원들의 반발에도 사무실 출근을 결정했지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사내 기강잡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많지만, 새로운 분석도 나옵니다. 기업들이 사무실 운영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얻어낸 세제 혜택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주장입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세금 감면이 재택근무제를 위협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해당 주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모는 많으면 수십억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주 정부로서는 대기업 사무실을 유치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합니다. 우선 사무실 출근을 해야 하는 직원 다수는 인근에 거주하게 되고, 매일 각종 교통을 이용합니다. 또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죠. 그만큼 주 정부의 세수도 늘어납니다.

때문에 각 주 정부들은 각종 인센티브를 주며 사무실 유치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대신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도 있었죠. 예로 뉴저지주는 직원들이 전체 근로 시간의 80%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낼 것을 조건으로 설정했습니다. 텍사스에선 직원들이 전체 근로 시간의 절반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이런 풍경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이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확진자 급증을 우려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속속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전 사무실 유치를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줬던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를 용납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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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팬데믹이 끝나가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주 정부들이 여전히 ‘직원들 없는 사무실’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 2~3회 사무실에 출근하는 부분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얼마나 세제 혜택을 줘야 할지도 논쟁거리입니다.

기업 전문 컨설팅 보이드 컨설팅의 존 보이드 대표는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며 “업무 생산성 뿐 아니라 세제 혜택이 직원들을 사무실로 돌아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직원들의 거센 반발입니다. 최근 주 3회 사무실 출근을 지시한 아마존에서는 직원들이 재고를 촉구했습니다. 월트디즈니 직원 2000여명도 최근 사측에 “사무실 복귀 지침을 재고해달라”는 청원을 냈습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를 비롯해 넥슨 등 게임업계에서 ‘사무실 복귀’로 업무 방침을 바꾸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넥슨은 최근 노조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원인이 사무실 복귀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