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블링컨 방중 연기후 보름만에 왕이와 1시간 가량 회동
"용납불가" "무력남용"…풍선 문제 놓고 기존 입장차 재확인
美, 후과까지 거론하며 '中의 러 지원 가능성' 경고…北도발도 논의
미중, 풍선 사태 후 첫 대화재개…각자 할말만 하고 돌아섰나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18일(현지시간)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격 회동했다.

두 사람은 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대좌, 1시간가량 정찰풍선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북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화하면서 갈등 악화 차단을 시도했다.

풍선 사태 이후 첨예하게 대치하던 주요 2개국(G2)가 파국으로 치닫기 보다는 일단 대화를 재개, 상황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다만 갈등 격화의 직접적인 원인인 정찰풍선 사태를 놓고 두 사람이 서로 할 말을 다 하며 '충돌', 간극을 그대로 드러내는 등 풍선 사태의 파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데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경고 메시지 발신을 시작하면서 미중 관계가 곧바로 복원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3일 전격적으로 방중을 연기했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베이징 방문 일정 확정이 주목된다.

여건이 성숙하면 방문하겠다고 한 만큼,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성사될 경우 미중 관계가 다시 표면적으로는 대화 모드로 이동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중, 풍선 사태 후 첫 대화재개…각자 할말만 하고 돌아섰나
◇ 국제무대서 마주 앉은 미중, 풍선사태 추가 악화 차단 모색하며 '상황관리'
미국은 지난 2일 자국 영토 내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탐지했다고 밝혔으며 이후 ▲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방중 연기 ▲ 중국 정찰풍선 격추 ▲ 중국의 광범위한 정찰프로그램 운영 공개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의 주권 침해 문제에 대해 강경모드로 대응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10~12일 3일 연속 북미 상공에서 탐지해 격추한 미확인 비행체들의 경우 중국과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온데다 대중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미국 내 분위기도 미세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6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장 원치 않는 일은 미국,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중 갈등에 대한 관리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쉬쉐위안 주미중국대사 대리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이 중국과 협력해 방랑하는 풍선 하나가 양자관계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게 두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중국과 미국은 이 풍선 사건을 적절히 다룸으로써 양국이 서로 존중하고 양국 간 차이를 관리하며 충돌을 피하도록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정찰풍선 공세에 대해 미국도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역공하면서 반발하기는 했으나 풍선 자체에 대해서는 민간용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통해 직접 후폭풍 진화에 나선데 이어 17일 정찰풍선의 잔해 회수 작업이 완료되는 등 이번 사안에 대한 미국의 일단락 시도가 이뤄진 시점과도 맞물려 있어 보인다.

나아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뮌헨안보회의(MSC)에 같이 참석한 것도 이번 회동의 성사 배경으로 꼽힌다.

양자 방문이나 다자 계기에 이뤄지는 공식 회담보다는 비공식 면담이 더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다.

블링컨 장관과 왕이 위원의 만남은 비공개로 진행돼 사후에 발표됐다.

중국 언론은 이번 만남이 미국의 요청에 따른 '비공식 접촉'이라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서 "미국은 경쟁하고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옹호할 것이지만 중국과 갈등을 원하거나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중, 풍선 사태 후 첫 대화재개…각자 할말만 하고 돌아섰나
◇ 정찰풍선 놓고 대립…美 '중의 러 지원' 가능성에 선제 경고
내용적으로 보면 미중 양국은 중국 정찰풍선을 놓고 서로 날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모습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정찰풍선에 대해 "용납 불가한 주권 침해", "결코 재발해선 안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권에 대한 어떤 침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40개 이상 국가의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 프로그램이 전세계에 노출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맞서 왕 위원은 미국의 풍선 격추를 '무력 남용'으로 규정, 양국갈등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린 뒤 "무력 남용이 중미 관계에 끼친 손해를 똑바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며 이른바 '비행선 사건'에 대한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중국중앙TV가 전했다.

왕 위원은 회동 직전에 이뤄진 MSC 회의에서 풍선 격추에 대해 "이 행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히스테리에 가까우며 무력을 남용한 것으로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양측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도 입장차를 드러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거나 시스템적인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에 대한 함의와 후과에 대해서 경고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MSC 회의 발언에서 "전쟁이 시작된 후 베이징이 모스크바와 관계를 심화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면서 "치명적인 지원을 공급하는 중국의 어떤 조치도 침략을 보상하고 살인을 계속하게 하며 규칙 기반의 질서를 더 훼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밀착할 경우 초래할 후과에 대해 선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CNN 방송에 "중국이 들키지 않고 러시아에 치명적인 군사지원을 제공하는 선까지 가질 원한다는 징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구체적인 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반면 왕 위원은 MSC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여러 차례 협상해 중요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쉽게도 평화회담이 중단됐고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일부 세력은 평화회담의 성공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책임 있는 국가가 이런 중대한 국제적 도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압박했다.

미중 외교 수장은 대만 문제를 놓고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안에 대한 양측간 이견을 고려할 때 미중 관계가 다시 '풍선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가 향후 양국 관계의 추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중, 풍선 사태 후 첫 대화재개…각자 할말만 하고 돌아섰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