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의 장학퀴즈 50주년 특별방송 중 확장현실(XR)로 구현한 1980년대 장학퀴즈 방송 스튜디오에서 현재 출연자와 과거 출연자들이 퀴즈 대결을 벌이고 있다.  /SK 제공
EBS의 장학퀴즈 50주년 특별방송 중 확장현실(XR)로 구현한 1980년대 장학퀴즈 방송 스튜디오에서 현재 출연자와 과거 출연자들이 퀴즈 대결을 벌이고 있다. /SK 제공
국내 최장수 방송 프로그램인 장학퀴즈가 18일 50주년을 맞는다. ‘50년 역사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의 콘셉트로 경기 성남 판교의 SK텔레콤 버추얼(Virtual)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장학퀴즈는 MBC에서 1973년부터 1996년까지 방영한 뒤 이듬해 EBS가 이어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50돌 맞은 '장학퀴즈'…그 뒤엔 반세기 후원한 SK 있었다
50주년 특집방송을 SK텔레콤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은 이 프로그램을 SK그룹이 시작부터 지금까지 후원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특집방송에 나와 “장학퀴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문화 코드가 돼 왔다”며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파도가 높은 시대를 맞아, 청소년 여러분이 변화를 창조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학퀴즈는 오랜 역사만큼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1993년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KBS)보다 7년 더 길다. 총 2344회가 방영됐으며 출연자만 약 2만5000명에 달한다. 배우 송승환, 가수 김광진·김동률, 국회의원 김두관, 영화감독 이규형 등이 대표 출연자로, 지금은 학계와 재계, 법조계, 의료계 등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에 올인한 1970년대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인재보국(人才報國) 경영철학을 외쳤다. 인재양성 사회공헌에 다각도로 뛰어들었다. 장학퀴즈 후원 결정도 최 선대회장이 했다. 생전 장학퀴즈 장원 학생들과 밥 먹으며 격려하는 자리에서 그는 “여러분은 대학 졸업 후 우리 회사에 오면 안 된다. 여러분 같은 인재는 머리가 좋으니 더 좋은 회사로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당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장학퀴즈 출신 중 SK에 입사한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1980년 장학퀴즈 500회 특집이 방영될 무렵, 최 선대회장은 제작진 등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간 장학퀴즈 투자액이 150억~160억원”이란 말에 “그럼 우리는 7조원쯤 벌었다. 기업 홍보 효과가 1조~2조원쯤, 5조~6조원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한 효과”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 선대회장은 이후 한국고등교육재단(1974년)이란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선친의 영향을 받은 최태원 회장도 2019년 최종현학술원을 세우는 등 SK그룹의 장학사업은 계속됐다. 이를 통해 2021년까지 장학생 4000명과 820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해외 유학을 떠나는 장학생에게도 아무 조건을 걸지 않았다.

EBS의 50주년 특집방송은 최첨단 확장현실(XR) 기법으로 옛모습을 구현한 장학퀴즈 스튜디오에서 당시 출연자와 현재 출연자들이 50년 시공을 뛰어넘어 퀴즈 대결을 펼친다. 18년간 진행을 맡았던 차인태 전 아나운서와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도 출연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