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광장 이태원 분향소 철거 시한이 지난 가운데 유족 측은 분향소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5일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달라며 통보한 시한이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지났다. 유족 측은 분향소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을 이행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15일 오후 1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더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지우려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서울광장 분향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신고 의무가 없는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만큼 적법한 집회라는 주장이다.

시는 앞서 지난 6일 '분향소를 8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의 2차 계고서를 전달한 뒤 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15일 오후 1시까지로 기한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회견에서 "절차적으로 유족은 합법·적법한 계고 통지를 받은 바 없다"며 "계고 통지는 언론을 통하는 게 아니고 누가 그걸 해야 하는지 명확히 특정해야 하는데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와 같은 참사 유가족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해 서울시가 정한 철거 시한이 지난 가운데 15일 오후 분향소 주변에 설치한 폴리스라인 펜스를 두고 유가족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해 서울시가 정한 철거 시한이 지난 가운데 15일 오후 분향소 주변에 설치한 폴리스라인 펜스를 두고 유가족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유족 측 기자회견 직후 낸 입장문에서 "유가족이 1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 없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면서 "추모의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추모 또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면서 "서울광장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전제로 합법적인 어떤 제안도 상호 논의할 수 있다는 시의 입장은 변함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가족 측의 답변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철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광장 분향소를 둘러싸고 경찰 방어벽(펜스)이 설치되면서 유족과 경찰 간 두 차례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 측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서울광장 옆 세종대로에서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려 방어벽을 설치했다며 행정대집행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방어벽으로 통행이 어려워졌고 유족을 봉쇄하려는 것 같다"는 유족 측의 항의에 경찰은 이날 오후 4시15분께 서울도서관 방향 방어벽을 제거한 데 이어 오후 5시20분께 세종대로 쪽에 설치한 방어벽도 모두 치웠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