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콘크리트와 철골을 쓴 ‘퓨전 한옥’을 한옥의 개념에 포함해 건축비를 지원한다. 시내 10곳에 한옥마을을 새롭게 조성해 관광객과 시민들이 쉽게 한옥을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킨 전통 건축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담은 ‘서울한옥 4.0 재창조’ 종합 계획을 14일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까지의 보존 위주 한옥 정책은 오히려 한옥 문화 확산을 저해한 면이 있었다”며 “현대인의 일상에 맞도록 한옥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공원해제지역, 훼손된 개발제한구역 등을 활용해 10곳의 한옥마을을 새로 개발한다. 대규모 택지로 개발하기는 어렵지만 10가구 이상의 마을을 조성할 수 있는 부지를 자치구가 발굴해 제안하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을 통해 공영 개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옥의 건축 심의 기준 73개 항목 중 44개를 완화 또는 폐지해 문턱을 대폭 낮춘다. 창호, 처마 길이, 마당 높이차 등 33개 심의 기준을 완화하고 가구 배치와 창틀, 대문 등 11개 항목은 폐지한다. 제도가 개선되면 유리 창호 사용을 확대할 수 있고, 앞마당을 유리 지붕으로 덮는 아트리움 설치도 허용된다. 그동안 ‘춥고 불편하다’는 등 한옥의 단점을 대폭 개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옥으로 인정받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최대 1억2000만원의 직접지원과 융자금 3000만원 등 신축 건축비 지원을 받기도 쉬워진다. 한옥을 전면 수선할 때도 최대 9000만원의 직접지원과 융자금 9000만원 등 총 1억8000만원까지 비용을 보조해준다. 서울시는 이달 한옥 건축 심의 기준 등을 개정하고 ‘서울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에 착수한다.

도심 상업건물 등을 한옥 건축 양식으로 짓거나 한옥 디자인으로 건축하는 경우에도 일부 건축비를 지원한다. 철근 콘크리트 등 현대적인 구조·재료를 결합한 한옥도 △한식 목구조 △한식 지붕틀 △한식 지붕 형태 △한식형 기와 △입면 비례 등 최소 기준을 충족하면 한옥 건축 양식으로 건축·수선 지원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