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차나칼레주의 랍세키와 겔리볼루 지역을 연결하는 차나칼레 대교. 사진=DL이앤씨
튀르키예 차나칼레주의 랍세키와 겔리볼루 지역을 연결하는 차나칼레 대교. 사진=DL이앤씨
중국의 고위급 외교관이 한국 건설사들이 튀르키예에 지은 차나칼레 대교를 두고 중국이 건설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샀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도 이러한 주장을 공유하며 '가짜뉴스'를 확산시켰다.

메이팡 장 주북아일랜드 중국대사관 총영사관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차나칼레대교 사진을 공유하며 "중국이 튀르키예에서 건설한 다리는 지진을 견뎌냈다"고 주장했다. '중국기술(Chinatech)'이라는 해시태그도 달렸다.

이 글은 100회 넘게 리트윗됐고 조회수도 160만회가 넘었다. 북아일랜드 중국 외교관의 이러한 주장은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공식 트위터에도 공유됐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프랑스어로 "중국이 튀르키예에 건설한 현수교가 지진을 견뎌냈다"고 안내했다.

중국 외교관의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다. 튀르키예 서부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차나칼레 대교는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와 SK에코플랜트(당시 SK건설)가 2017년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공동수주했다. 2018년 4월 착공해 48개월간 공사를 거쳐 지난해 3월 개통됐다.

차나칼레 대교는 총길이가 3563m로,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인 주경간장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다. 차나칼레대교 주탑도 프랑스 에펠탑(320m), 일본 도쿄타워(333m)를 뛰어넘는 334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 최고의 초고강도 케이블부터 초대형 앵커리지, 특수 제작한 비행기 날개 모양 상판 등 K건설의 각종 첨단 공법이 담겼다.
메이팡 장 주북아일랜드 중국대사관 총영사관과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이 차나칼레 대교를 중국이 건설했다며 올린 게시물. 사진=메이팡 장,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트위터
메이팡 장 주북아일랜드 중국대사관 총영사관과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이 차나칼레 대교를 중국이 건설했다며 올린 게시물. 사진=메이팡 장,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트위터
지난해 9월에는 유럽철강공사협회(ECCS)로부터 첨단 기술로 지진과 강풍 등에 높은 안정성을 갖춰 시공된 점을 높게 평가받아 '유럽 강철 교량상'도 받았다. 유럽 강철 교량상은 ECCS가 유럽 곳곳의 강철 교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2년마다 수여하는 상이다.

가짜뉴스라는 지적이 나오자 메이팡 장 총영사관은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공식 트위터에는 글이 남아 있는데, 누리꾼들은 "거짓말 그만해", "외교관이 아니라 거짓말쟁이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자국 홍보를 위해 사망자만 3만7000명이 넘는 타국의 참사를 악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나칼레 대교가 위치한 차나칼레주 랍세키와 겔리볼루 지역은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시리아 북부와 1000㎞ 넘게 떨어져 있다. 지진을 견뎌냈다고 주장하기는 민망한 거리다.

한 누리꾼은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공식 트위터에 "지진 진원지와 차나칼레는 파리에서 베를린까지 거리보다 멀다"며 "중국공산당은 피해자를 이용할 생각만 한다"고 꼬집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