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 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 사진=뉴스1
빌라 수백채를 보유한 임대업자가 사망하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명 '빌라왕' 사건으로 전세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임대인이 사망하면 전세금은 영영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걸까.

8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전세 계약 기간 중 집주인이 사망한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상속인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법 1005조는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사망한 집주인)의 재산에 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계약 기간 중 집주인이 사망한다면 그의 상속인이 임대차 계약서상 집주인의 지위를 승계받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집주인이 사망했다면 세입자는 그의 상속인을 상대로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면 된다. 만약 상속인이 전세금 반환을 거부한다면 세입자는 상속인을 상대로 전세금 반환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이 절차에서도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법률상 상속 절차가 마무리돼야만, 집주인의 권리와 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만약 상속인이 한 명일 경우에는 상속 절차가 비교적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되겠지만, 상속인이 여러 명이거나 집주인의 채무 및 보유한 재산이 복잡하다면 상속 절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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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집주인의 재산을 상속인이 상속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집주인이 생전에 보유한 재산보다 채무가 많았다면 채무까지도 상속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엄 변호사는 "이 경우에도 세입자는 상속 절차가 마무리돼야만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상속은 피상속인(사망한 집주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모든 상속인이 상속을 거부한다면 세입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경우 세입자는 '상속재산관리인'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상속재산관리인이란 상속인이 여럿이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 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을 위해 가정 법원이 선임하는 관리인을 뜻한다. 세입자가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을 갖추고 있다면 상속재산관리인을 상대로 전세금 반환 요구를 할 수 있다. 상속재산관리인은 집주인의 재산을 처분해 마련한 매각대금으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이하 보증 보험)에 가입했으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세입자 입장에선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사망한 경우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보증 보험은 원칙상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만 세입자의 보증금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계약해지 의사표시를 전달할 집주인이 사망해 버렸기 때문에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입한 보증 보험을 활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계약 해지 확인서'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상속인 간 상속 절차가 마무리된 후 세입자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계약 해지 의사표시를 전달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이때도 상속인들이 상속을 거부한다면 상속재산관리인 제도를 활용해 그를 상대로 계약 해지 의사표시를 확인받아야 안전하게 보증금을 전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