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19일 서울 가산동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날 경찰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5곳과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19일 서울 가산동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날 경찰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5곳과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자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재해 건수도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 현장 포함)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대표이사(CEO)를 상대로 신청한 4건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처벌에만 치중한 어설픈 법 탓에 행정력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대상 사업장, 사망자 더 늘어

중대재해 영장 모두 기각…처벌 위주 법·과잉수사에 기업만 '골병'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11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총 644명이었다. 2021년 683명(665건)보다 5.7%(39명) 줄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만 보면 중대재해 사망자는 지난해 256명으로 2021년 248명보다 8명(3.2%) 증가했다. 중대재해 발생 건수는 2021년 234건에서 지난해 230건으로 4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중대재해법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인 이상 또는 부상자나 직업성 질병자가 10인 이상인 산재를 말한다.

전체 산재 접수·승인 건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접수 건수는 18만1792건으로 2021년(16만8927건)보다 7.6% 늘었다. 산재 승인 건수도 2021년 12만8366건에서 지난해 13만5983건으로 7600건 이상 늘었다. 지난해 승인 건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37년 만의 최대다.

구속영장 4건 모두 기각

중대재해법이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과잉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의원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지난 13일까지 두성산업, 삼표산업 등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CEO나 현장 소장을 대상으로 총 4건의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전부 기각됐다. 2017~2021년 5년간 연평균 2.1건에 그쳤던 기업 대상 압수수색이 지난해 30건 이뤄졌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가천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11월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 용역보고서(‘중대재해법의 시행에 따른 수사 환경 변화 예측과 대응방안’)에서 “입법이 불완전하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이면 행정기관조차 집행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한 입법은 법의 권위만 실추시킬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안전·보건 관계 법령’ 등 법의 불확실한 개념을 구체화하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법 적용에 고충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사 난도가 높아져 수사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중대재해법 적용 사건 중 검찰 송치 사건 비율은 22.7%에 그쳤다. 전체 사건의 송치율이 2021년 12월 63.7%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한 노동법 교수는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법 취지인 산재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형사 처벌 규정을 유지하는 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법안을 명확하게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도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처벌과 규제’에서 ‘예방과 자율 규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노사가 함께 위험 요인을 점검·개선하는 자기규율 예방 체계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