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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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중 하나인 금융경쟁력은 선진국으로 평가 받는데 필수적인 구성 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은 어떨까?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때 아프리카 빈곤국인 우간다보다 뒤처졌던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55계단 뛰어오른 19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의 국가 경쟁력 종합순위가 15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불만이었지만 몇 년전인 2015년 WEF가 발표했던 금융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87위, 우간다가 81위에 위치하여 여섯 계단 뒤졌다는 발표로 온 나라가 충격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다.

지난 2022년 3월 영국 컨설팅그룹 Z/Yen 사가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서울을 전 세계 128개국 주요 도시 중 1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도시로 발표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금융 경쟁력은 영 딴판이다.

오히려 금융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 경쟁력은 세계 금융 중심지 뉴욕이나 런던 그리고 도쿄, 싱가포르, 홍콩에 비하면 한참 뒤쳐져 있다는데 큰 이견이 없다.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이며 금융상품은 그 나라 금융시장 수준과 규모에 비례하여 발전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암호화폐 산업의 현 주소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우선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장악력과 규제로 볼 때 거의 관치금융 성격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선진국 대비 형편없는 금융 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으로 인한 금융 범죄의 소굴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현실, 다만 IT 기술의 발달로 사용자 환경은 좋아졌지만 기본적인 금융 시스템 및 제도의 미비 역시 개선할 점이 많다고 본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거의 방치되어 왔으며 지난 몇 년간의 다단계 난립에 따른 투자자 피해는 규모가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여 이토록 척박한 금융산업의 현실로 볼 때 우리나라가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리드하는 국가라는 주장은 허황된 얘기에 불과하며 아직은 역부족임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젊은 세대의 투자 열기는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 3위권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해외의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물론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시장 진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최근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우리나라 5대 거래소의 하나인 고팍스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다.

정확히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바이낸스가 이준행 고팍스 대표의 지분 약 41%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세계 3대 한국 시장에 대한 바이낸스의 관심과 진출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한편 바이낸스는 지난 2020년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하고 시장 진출을 도모했지만 까다로운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일찌감치 문을 닫은 바 있다.

필자는 금번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 인수가 바이낸스의 사업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M&A일뿐 그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은 고팍스 인수 비용의 최소화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장기적인 투자 측면에서 아주 효율적인 결정을 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금액이 크다 적다 등의 가십거리가 아니라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한국시장 진출에 따른 국내암호화폐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우리나라 금융 시장과 관련된 변화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낸스는 세계 No1의 암호화폐 거래소다.

따라서 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의 위상은 여타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에 비해 그 가치가 다르고 거래량이나 시총 규모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세계 1위 바이낸스에 상장하는 것과 국내 1위 업비트에 상장하는 것은 커다란 위상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고팍스는 바이낸스와의 협력으로 코인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 상품의 위상을 극대화하는 등 국내 투자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양질의 금융상품 제공과 자본 유치를 통한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10배가 넘는 일일 거래량의 바이낸스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는 물론 국내암호화폐의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바이낸스 USA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 바이낸스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 그리고 상호 연동 거래를 통한 시장 규모의 확대 등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많이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부 해외 유출이나 해외 코인의 국내 시장 침투 등의 부작용도 있을 것이지만 어차피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세계화를 통해 발전하고 살아 왔으며 살아 갈 수 밖에 없기에 금융시장 역시 개방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본다.

따라서 이번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은 암호화폐 시장이 본격 성숙되기 전에 세계화의 출구를 열어놓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현재 세계 최대의 금융투자회사는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기축통화인 달러 기반의 세계 최고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 강력한 장악력과 시장 선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기존 금융시장과 그 태생부터 구조까지 크게 다르기에 전통적인 금융 강자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애초 암호화폐는 그 탄생 성격 자체가 국경 없는 단일 금융시장을 추구한다.

기존 금융시장이 각기 독립된 국가별 화폐를 기반으로 별도의 블록을 쌓은 차단되고 독립된 금융시장이라면 암호화폐 시장은 태생부터 범세계적인 구조와 규모, 그리고 실시간 연동되어 24시간 잠들지 않는 금융시장으로 진화되어 왔기에 완전히 새로운 금융 시장의 재편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다양한 암호화폐 기반 금융상품이 출시되어 있으며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방향과 새로운 상품이 속속 등장하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필자는 향후 30년 이내 전 세계 금융시장은 커다란 구조적 변화를 겪으며 완전 새롭게 개편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도 세계 단일화폐의 등장까지 예상할 수 있는데 금번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는 그러한 격변의 세계로 우리나라를 인도하는 안내장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해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는 우리 국력과 비례하여 금융시장도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을 우리 금융인들에게 기대해 본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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