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부동산시장이 꺾이면서 30대 이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들였던 주택을 시장에 급매물로 대거 내놓으면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하락폭이 대형 아파트의 세 배를 웃돌 정도였다.

연초 정부가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규제 대못’을 뽑아내면서 수요자의 청약 문턱이 낮아졌다. 올해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대못' 뽑혔다…소형 청약 살아날까

2030세대 주택 매수세 ‘뚝’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 매매량 1만4383건 가운데 30대 이하의 거래는 34.1%인 4908건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세가 영끌 열풍으로 이어진 2021년과 180도 다른 분위기다. 2021년엔 30대 이하가 전체 거래량(4만9751건)의 41.7%인 2만730건을 사들였다.

영끌 수요 감소로 작은 주택형 아파트값이 크게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소형 아파트(전용 40㎡ 초과~60㎡ 이하) 매매가는 2021년에 비해 6.8% 떨어져 모든 주택형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전용 40㎡ 이하 초소형은 5.7% 하락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중대형인 전용 85㎡ 초과~102㎡ 이하와 전용 102㎡ 초과~135㎡ 이하는 각각 3.5%, 3.3% 빠졌다. 전용 135㎡ 초과 초대형 아파트는 1.6% 내려가는 데 그쳤다.

소형 하락세는 영끌 투자가 몰린 서울 강북권에서 더 뚜렷했다. 지난해 강북권 소형과 초소형 아파트는 각각 8.2%, 8.1% 떨어졌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을 많이 낀 영끌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서울 외곽 위주로 소형 아파트 매물이 쏟아졌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급매물 위주로 손바뀜해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대폭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30대 이하 청약 수요 살아날까

일각에서는 올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매매보다 청약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3일 특별공급 분양가 기준 폐지, 중도금 대출 기준 완화(12억원 상한 폐지),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이 포함된 시장 안정 카드를 꺼낸 뒤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다음달부터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와 관계없이 생애 최초 등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투기과열지구 기준 분양가가 9억원 이하 단지만 특별공급 대상이었다. 중도금 대출도 쉬워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 대출 보증 시 현행 분양가 기준 12억원을 폐지한다.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된 실거주 의무 역시 폐지된다. 잔금이 부족한 분양자는 전세를 놓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높은 금리가 주택 거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시장금리보다 저렴한 고정금리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안심전환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으로 분류된 정책 모기지의 장점을 합친 상품이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한다. 대출 문턱도 낮췄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금리는 연 4%대가 유력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로 서울과 인접 지역 분양시장에서 청약 성적과 계약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DSR 규제 완화도 함께 고려한다면 2030세대의 내 집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