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배우 송혜교 /사진=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배우 송혜교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표정 없는 서늘한 얼굴, 무채색의 옷, 낮게 깔린 목소리. '멜로 여신'으로 불렸던 배우 송혜교의 연기 변신에 전 세계 드라마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는 공개 3일 만에 254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작품은 학교 폭력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 분)이 20년간 처절한 복수를 준비한 끝에 이를 감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1분 만에 문동은의 복수를 수긍하게 된다"고 호평했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하고 극의 분위기가 어두워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기존 미디어에서 학교 폭력을 다루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 바로 복수다. 피해자를 마냥 피해자로만 남겨두지 않는 '반격'이 있다는 점에 시청자들은 매료됐다.

'더 글로리' 시청자인 직장인 안모씨(32)는 "잔인한 학교 폭력 장면은 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폭력 자체의 잔인함만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아닌,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용도로 쓰여 거부감이 덜했다. 오히려 피해자가 복수한다는 대목에서 통쾌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씨(31) 역시 "가해자들을 '절대 악'으로 표현해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라며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하는 권선징악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약한 영웅' 배우 박지훈 /사진=웨이브 제공
'약한 영웅' 배우 박지훈 /사진=웨이브 제공
'더 글로리'에 앞서 학원 폭력물인 웨이브의 '약한영웅'도 인기 돌풍을 일으켰던 바다. 상위 1% 모범생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이들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올해 웨이브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 티빙 '돼지의 왕', 디즈니+ '3인칭 복수' 등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잇달아 공개됐다.

학교 폭력 문제를 더 이상 가볍게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드라마의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구들끼리의 다툼·장난 정도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이제 폭력에는 한층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연예계만 봐도,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진 스타는 팀 탈퇴 및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학교 폭력은 피해자에게 트라우마가 남는 등 회복되지 않는 상처라는 점에서 용서 불가한 잘못이라는 공감대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를 통해 과거 기억이 떠올랐다는 반응도 꽤 많다. 부당함에 지지 않고 끝내 복수를 이뤄내는 주인공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응원, 위로, 공감, 통쾌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