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 왕자, 자서전서 "형에게 폭행당했다" 폭로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가 다음 주 발간을 앞둔 자서전 '스페어'(Spare)에서 형인 윌리엄 왕세자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출간 전 보안이 엄격한 가운데 책을 입수했다"며 자서전에 실린 이런 내용을 전했다.

자서전의 제목은 왕가와 귀족 집안의 차남을 가리키는 표현에서 따왔다. 장남은 지위와 권력과 재산을 이어받지만 차남은 "장남에게 일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스페어(예비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서전 내용 보도에 따르면 이 폭행 사건은 2019년 해리 왕자가 당시 거주하던 런던 켄싱턴궁 내 노팅엄 코티지에서 윌리엄 왕세자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발생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해리 왕자의 부인인 메건 마클이 "까다롭고", "무례하며",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킨다"고 말했으며, 해리 왕자는 형이 언론에 나오는 얘기만 따라하고 있다며 그보단 낫기를 기대했다고 맞받아쳤다.

윌리엄 왕세자는 이성적이지 않았고 형제 모두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게 됐다. 해리 왕자는 형에게 후계자처럼 행동하면서 동생이 스페어 신세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서로 모욕하는 발언이 오간 후 윌리엄 왕세자는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말했고, 해리 왕자는 "진심이야? 나를 도와주겠다고? 정말? 형은 이런 걸 그렇게 부르는 거야? 나를 도와주는 거라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윌리엄 왕세자가 화를 내고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해리 왕자에게 다가갔다. 해리 왕자는 겁이 나서 부엌으로 갔으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윌리엄 왕세자가 따라갔다.

해리 왕자는 물이 담긴 유리잔을 건네면서 "형이 이러면 내가 얘기를 할 수가 없잖아"라고 말했지만 윌리엄 왕세자는 물잔을 내려놓고 달려들었다.

해리 왕자는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형은 내 옷깃을 잡고 목걸이를 잡아채고 바닥에 쓰러뜨렸다. 등 아래로 개 밥그릇이 깨지고 파편에 몸이 찔렸다. 정신이 멍해서 한동안 바닥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형에게 나가라고 했다"고 자서전에 썼다.

해리 왕자는 사건 직후 심리치료사에게 전화를 했으며, 부인에게 말한 것은 나중에 그녀가 등에 찰과상과 타박상이 있는 걸 본 후였다고 말했다. 마클은 얘기를 듣고 놀라거나 화내지는 않고 매우 서글퍼했다고 해리 왕자는 전했다.

2021년 4월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 장례식 때에는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이 싸우는 두 아들 사이에 서서 달아오른 아들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얘들아 제발, 내 말년을 비참하게 하지 말아다오"라고 말했다고 해리 왕자는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 왕실을 떠나며 2020년 4월부터 왕가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공식 활동 의무는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캐나다로 이주했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이들은 2021년 초에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첫 인터뷰를 하면서 왕실 내 인종차별 등에 관해 폭로했다. 작년 12월에는 넷플릭스에서 6부작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해리 왕자의 대필 자서전은 10일 나올 예정이며, 이틀 전인 8일에는 영국 ITV와 미국 CBS에서 인터뷰가 방영된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