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SK온 대성홀딩스 등이 해가 바뀌자마자 현금 마련에 들어갔다. 기관투자가들의 새로운 투자처 물색과 경기 불안 속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성홀딩스는 3일 서울도시가스 지분 10만 주를 401억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처분 목적에 대해 “신규 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으로 보유 지분은 17.6%에서 15.6%로 낮아졌다. 매각 가격은 주당 40만2838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세 차례에 걸쳐 매각해 1057억원을 조달했다.

대성홀딩스와 서울도시가스는 형제 업체다. 대성그룹은 2001년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세 아들이 경영권 분쟁을 벌인 끝에 3개 계열로 분리됐다.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 차남 김영민 회장 서울도시가스, 삼남 김영훈 회장은 대성홀딩스를 기반으로 독립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대성홀딩스는 서울도시가스 지분 22.6%를 확보했고 지난해 보유 지분을 적잖게 매각했다. 서울도시가스 주식은 40만원 선에 거래 중이다. 2020년 4월 3일 장중 5만8800원까지 떨어졌다가 그 직후 일곱 배 가까이 치솟았다.

포스코도 오는 12일 최대 7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모두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2조173억원) 상환에 쓸 예정이다. 이 회사는 연내 글로벌본드 10억달러(약 1조2672억원)와 회사채 55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올 상반기에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어치의 중도 상환에 나설 것으로도 관측된다.

SK온은 배터리 투자금 마련에 나섰다. 이 회사와 미국 포드가 합작한 블루오벌SK는 오는 3월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40억달러 안팎을 조달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 배터리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미 국채금리 수준의 낮은 금리로 조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프로그램은 미 에너지부가 에너지독립안보법에 따라 설계한 완성차업체의 친환경 자동차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가 지난해 말 배터리 제조 업체로는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25억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