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예상 범위 2,000∼2,600대…"상장기업 이익 감소 불가피" 전망
[금융시장 결산] 내년 증시도 침체속 박스권 전망…"지나친 기대 금물"
글로벌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내년 국내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실적 부진과 소비 둔화 등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내년 본격 가시화하며 국내 증시의 추세적 반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대다수는 내년 코스피의 등락 예상 범위를 2,000∼2,600대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3,300대를 찍었던 지난해 호황 장은 내년에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주식시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선제적으로 반영되며 부진했다"면서 "내년에도 추세적인 상승 전환이 올 것으로 보는 건 너무 낙관적인 기대"라고 말했다.

내년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금리 인상 후폭풍이다.

금리 인상은 보통 9∼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가 내년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내년 상장 기업들의 이익 감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6조4천600억원으로 올해 대비 0.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내년 실물경제 타격 정도에 따라 기업 실적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우려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침체도 내년 증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경기가 현재 굉장히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며 "부동산 관련 잠재적 부실들이 계속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계속돼 금리 인상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된다면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위축도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재무구조 부실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연결될 경우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내년 경기침체 악화 등을 우려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속속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올해 '레고랜드 사태'나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처럼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면 지난달 촉발됐던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내후년 호전에 대한 기대 정도가 내년 증시에서 그나마 긍정적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센터장은 "내년 2분기 정도에 상장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바닥을 친 뒤 점차 개선되고, 내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이에 코스피가 내년 2월부터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여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 등이 증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내년 채권시장은 금리가 다소 안정되며 올해보다는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만 완화된다면 당국이 국면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게 시장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지속 여부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올해보다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완화돼 시장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