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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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137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대상 인원의 90% 이상이 정치인이며 경제인들은 대상에서 일괄 제외됐다.

법무부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신년 특별사면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사면 대상과 범위를 결정했다”며 “이번 사면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특별사면 대상자는 △정치인 9명 △공직자 66명 △특별 배려 수형자 8명 △선거사범·기타 1290명 등으로 분류됐다. 공직자와 일반인을 제외한 1283명(93.4%)이 정치인 또는 선거 관련 사범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범 국민적 통합을 위해 범죄의 경중, 국가에 기여한 공로, 형 확정 후 기간 등을 고려하여 특별사면 대상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고령과 건강 악화 등으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 확정된 징역형(총 17년) 중 남은 14년여의 형기와 아직 납부하지 못한 82억원(총 130억원)의 벌금이 면제된다. 김 전 지사는 피선거권이 2028년 5월까지 제한돼,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엔 출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선거 과정에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신 주요 인사도 대거 사면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복권 대상에 올랐다. 또한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 관여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복권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도 사면 및 복권된다. 신자용 법무부 국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에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사면 대상에 들어갔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면은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계에선 윤석열 정부가 상대적으로 기업인 사면에 인색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날 사면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단체 공동명의로 기업인사면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한 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이날 논평을 통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활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단체가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광복절 사면 때 정치인과 공직자 배제한 경제인 위주의 사면이 이뤄졌다”며 “새해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사면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게 국민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복절 당시 사면된 주요 기업 경영인은 전체 대상자 1693명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명 뿐이었다. 중소기업 경영인과 소상공인을 포함하더라도 36명에 그쳤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