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발 시위 지속, 최소 15명 사망…마추픽추에 관광객 수백명 발묶여

페루 대법원이 정치적 무능과 부패 혐의 등으로 탄핵당한 후 체포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구금 기간을 18개월로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AFP·로이터 통신 등이 16일 보도했다.

페루 대법원, 탄핵 카스티요 대통령 18개월 구금 명령
페루 대법원의 한 대법관은 이날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리마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하는 등 도주 위험이 있다면서 그을 계속 구금해야 한다는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구금 기간을 2024년 6월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던 의회 해산을 시도하다가 거꾸로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물러났다.

이후 '반란·음모' 혐의로 수사에 나선 검찰에 체포된 뒤 법원으로부터 7일간 구금 명령을 받았다.

알키데스 디아스 검사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반란·음모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이 여전히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과 구금 직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발 시위가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최소 15명이 숨지는 등 전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AFP 통신은 보건·지역 당국 발표를 집계하면 사망자 수가 현재 1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15일 하루에만 페루 남부 도시 아야쿠초 곳곳에서 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14일 전국에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 집회를 금지하고 시민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기로 하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섰으나 국민들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비상사태 선언에도 이날 수천 명이 수도 리마 등 전국에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석방과 볼루아르테 대통령 퇴진, 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구금된 교도소 밖에서는 그의 지지자 300여 명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카스티요에게 자유를'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 루시 카란자(41) 씨는 "대통령은 납치당했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며 분노했다.

페루 대법원, 탄핵 카스티요 대통령 18개월 구금 명령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의 도로가 폐쇄됐으며 공항 4곳도 문을 닫았다.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페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인 마추픽추와 쿠스코를 연결하는 철도 운행이 중단되면서 마추픽추 인근에 미국과 멕시코, 스페인 관광객 800여 명의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윈 바카 마추픽추 지역 시장은 관광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헬리콥터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