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수도권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안전진단 마지막 절차인 2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   /한경DB
다음달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수도권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안전진단 마지막 절차인 2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 /한경DB
다음달부터 재건축사업 ‘첫 단추’인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인 ‘구조 안전성’ 비중이 현행 50%에서 30%로 낮아져 안전진단 통과가 한결 수월해진다.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은 지방자치단체(시장·군수·구청장)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하기로 해 사실상 폐지에 가깝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이미 ‘재건축 불가’(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아파트 단지들도 완화된 규정을 소급 적용받아 재건축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2차 정밀안전진단 5년 만에 폐지

'안전진단 D등급' 단지 재건축 쉬워진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안전진단(예비 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정밀안전진단)의 마지막 관문이자 2018년 3월 의무화된 2차 정밀안전진단이 사실상 폐지된다. 지금은 민간 업체가 시행하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1차 정밀안전진단 때 평가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자료 제출이 미흡했거나 명백한 오류가 발견된 경우에 한해 적정성 검토를 요청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2차 정밀안전진단을 받지 않으면 최소 7개월의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적정성 검토를 준비하던 곳들도 완화된 규정으로 다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등 과거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곳들은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예비 안전진단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또 안전진단 평가 구간 중 조건부 재건축 판정 비중은 줄고 ‘무조건 재건축’ 대상 구간이 대폭 늘어난다. 2차 정밀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즉각 추진할 길이 확대되는 것이다. 현행 안전진단에선 총점 30점 이하(E등급)는 무조건 재건축, 30점 초과~55점 이하(D등급)는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C등급)는 재건축 불가로 판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 구간을 45점 초과~55점 이하로 축소하고, 무조건 재건축 대상을 현재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재건축 가능’ 단지 21곳→35곳 증가

'안전진단 D등급' 단지 재건축 쉬워진다
국토부는 현행 50%인 구조 안전성 비중을 30%로 낮추는 대신 ‘주거 환경’(15%→30%),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25%→30%) 등의 배점을 높이기로 했다. 건물 골조에 문제가 없어도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등 열악한 주거 환경만으로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40%였던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로 완화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다시 50%로 높였다. 규제 강화 전 34개월간 전국 139건, 서울 59건이던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규제 강화 후 지난달까지 56개월간 전국 21건, 서울 7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받은 전국 46개 아파트 단지 중 35곳(무조건 12곳, 조건부 23곳)이 재건축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21곳보다 14곳 늘어난다.

이날 발표된 안전진단 완화 방안은 이달 행정예고를 거쳐 다음달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진단이 민간 업체 책임하에 시행되는 만큼 무분별하게 허용되지 않도록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실태 점검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