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사례 34건 우선 조사…정부 개입 여부 가려질 듯
진실화해위 '해외입양 인권 침해' 조사하기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제47차 위원회에서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34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은 1960∼1990년대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유괴나 서류 조작 등 불법 행위로 인권을 침해당한 일이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들에게 친생 부모가 있었는데도 입양 문서에 '고아'로 기록되거나 다른 사람의 신원이 기재돼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덴마크로 입양된 신청인 A씨는 입양기관에서 친생 가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DNA가 불일치한다는 검사 결과로 입양 당시 정보가 조작된 사실을 알게 됐다.

유괴로 추정되는 경로로 보호기관에 보내져 소아마비에 걸린 뒤 입양된 신청인도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더해 최근 다른 나라 국가조사위원회에 의해 한국 등의 해외입양 과정에 불법행위와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 '해외입양 인권 침해' 조사하기로
이 같은 인권침해 정황은 덴마크 입양인으로 구성된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 회원 51명이 지난 8월 23일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하면서 알려졌다.

입양인들이 국내 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첫 사례였다.

DKRG는 미국·벨기에·네덜란드·노르웨이·독일 등에 입양된 226명의 피해 사례를 추가로 제출했다.

오는 9일 나머지 피해 사례에 대한 진실 규명을 마지막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DKRG는 당시 입양 관련 문서가 국가 기관에 의해 결재된 점 등을 근거로 해외 입양 과정의 불법 행위가 권위주의 정부의 묵인과 개입 아래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실화해위가 지금까지 접수한 301건의 사례 중 일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과거 정부가 이같은 인권침해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가려질 전망이다.

DKRG는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 사건은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한국이 조사를 통해 해외입양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한 다른 나라들에도 선도적인 사례를 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해외입양 인권 침해' 조사하기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