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할수록 손해"…건설업계 옥죄는 '5가지 고통'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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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얼마나 힘드나
"지방 중소 건설사나 서울의 대형 건설사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사하면 할수록 손해가 납니다."
최근 만난 시공능력평가 50위 내 대표이사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는 5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건설업계를 옥죄는 '5가지 고통'이 뭘까요.
우선 공사비 문제입니다. 코로나19가 2020년 이후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인해 글로벌 물류망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주요 건자재인 시멘트 레미콘 철재 마감재 등 모든 공종(공사 종류)에서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했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한국건설기술연구원,2015년=100)는 지난해 12월 138.9에서 지난 9월 148.6으로 단순하게 10포인트 정도 높아졌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입니다. 업계가 느끼는 체감 공사비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최근 1년 새 공사비가 30%가량 뛰었다는 게 건설업계 정설입니다.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인건비입니다. 이완 관련해서 노조도 문제라는 게 건설업계의 얘기입니다. 최근 몇 년간 노조 때문에 건설사는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양대 노조가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서로 자기 노조원을 밀어 넣으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생산성도 낮다고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활용도 노조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 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까지 향후 3년간 건설업에서 내국인 근로자 16만9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건산연은 내국인 건설근로자 양성 계획으로 △1안 8500명(내국인 부족 인력의 약 5%, 현재 양성 규모 수준) △2안 1만6000명(내국인 부족 인력의 약 10%, 현재 양성 규모의 약 2배 수준) △3안 2만5000명(내국인 부족 인력의 약 15%, 건설업 진입 후 정착까지 고려한 수준)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교육훈련을 통해
국인 건설근로자를 공급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각각 1안은 약 16만명, 2안은 약 15만명, 3안은 약 14만명 필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범하지 않는 전제하에서 외국인 건설 근로자가 10만명 이상 필요한 상황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안전 제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관리 감독 인력과 안전 설비 배치로 비용 증가가 뒤따랐습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건 아이러니입니다. 상반기 건설업 사망자는 지난해 동기(140명)보다 60% 증가한 22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중대재해법에서는 공사비 50억원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사망 사고는 주로 50억원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망 등 인재 사고가 나면 고용노동부 조사 등으로 현장 공사가 1개월 이상 중단됩니다. 공기가 지연되고 준공 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올들어 기준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준 금리는 3.0%에서 3.25%로 오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난 9월 레고랜드 PF(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부동산 PF 대출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토지계약금을 마련하는 브릿지론과 공사비 일부까지 충당하는 본PF 시장이 개점 휴업상태입니다. PF 대출 만기 연장이 돌아오는 건설사는 좌불안석입니다.
주택 경기는 어떨까요.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 절벽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거래 건수는 500여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신규 분양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월 전국 미분양이 4만가구를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달은 5만가구를 넘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초기 계약률이 10%대인 단지가 수두룩합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상품 종류를 떠나 모두가 아우성입니다.
정부 당국은 건설업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업계에서 아무리 외쳐도 '우는 소리'한다고 치부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택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정부가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으면 무너질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최근 만난 시공능력평가 50위 내 대표이사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는 5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건설업계를 옥죄는 '5가지 고통'이 뭘까요.
우선 공사비 문제입니다. 코로나19가 2020년 이후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인해 글로벌 물류망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주요 건자재인 시멘트 레미콘 철재 마감재 등 모든 공종(공사 종류)에서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했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한국건설기술연구원,2015년=100)는 지난해 12월 138.9에서 지난 9월 148.6으로 단순하게 10포인트 정도 높아졌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입니다. 업계가 느끼는 체감 공사비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최근 1년 새 공사비가 30%가량 뛰었다는 게 건설업계 정설입니다.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인건비입니다. 이완 관련해서 노조도 문제라는 게 건설업계의 얘기입니다. 최근 몇 년간 노조 때문에 건설사는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양대 노조가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서로 자기 노조원을 밀어 넣으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생산성도 낮다고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활용도 노조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 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까지 향후 3년간 건설업에서 내국인 근로자 16만9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건산연은 내국인 건설근로자 양성 계획으로 △1안 8500명(내국인 부족 인력의 약 5%, 현재 양성 규모 수준) △2안 1만6000명(내국인 부족 인력의 약 10%, 현재 양성 규모의 약 2배 수준) △3안 2만5000명(내국인 부족 인력의 약 15%, 건설업 진입 후 정착까지 고려한 수준)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교육훈련을 통해
국인 건설근로자를 공급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각각 1안은 약 16만명, 2안은 약 15만명, 3안은 약 14만명 필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범하지 않는 전제하에서 외국인 건설 근로자가 10만명 이상 필요한 상황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안전 제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관리 감독 인력과 안전 설비 배치로 비용 증가가 뒤따랐습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건 아이러니입니다. 상반기 건설업 사망자는 지난해 동기(140명)보다 60% 증가한 22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중대재해법에서는 공사비 50억원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사망 사고는 주로 50억원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망 등 인재 사고가 나면 고용노동부 조사 등으로 현장 공사가 1개월 이상 중단됩니다. 공기가 지연되고 준공 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올들어 기준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준 금리는 3.0%에서 3.25%로 오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난 9월 레고랜드 PF(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부동산 PF 대출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토지계약금을 마련하는 브릿지론과 공사비 일부까지 충당하는 본PF 시장이 개점 휴업상태입니다. PF 대출 만기 연장이 돌아오는 건설사는 좌불안석입니다.
주택 경기는 어떨까요.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 절벽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거래 건수는 500여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신규 분양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월 전국 미분양이 4만가구를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달은 5만가구를 넘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초기 계약률이 10%대인 단지가 수두룩합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상품 종류를 떠나 모두가 아우성입니다.
정부 당국은 건설업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업계에서 아무리 외쳐도 '우는 소리'한다고 치부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택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정부가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으면 무너질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