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결과는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7차 핵실험을 예고한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와 함께 억지력 강화 방안을 두루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내놓은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 이어 SCM 공동성명에도 ‘정권의 종말’이 담긴 데서 미국의 강력 대응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공동성명에는 핵훈련 매년 실시와 정보 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 기획 및 실행 강화 등이 담겼다. 한국의 발언권을 제도화해 대북 핵 억지력 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전술핵무기를 해당국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나토식(式) 핵공유’ 방식을 원용해 ‘한국형 확장 억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쳤던 지난해 합의보다 진전됐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밝힌 대로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 미 전략무기들을 상시배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한다면 전술핵을 직접 배치하지는 않지만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

문제는 실행력과 지속성이다.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로 미국이 본토에 대한 위협을 감수하고 한국을 위해 핵 보복에 나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만해협 등 위기가 고조되는 지역으로 미국 군사력을 강화해야 필요성이 있을 때 한반도에 전략무기를 지속적으로 배치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상시배치에 준하는 효과’는 해석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당장 오스틴 장관은 ‘상시’보다는 ‘정기적 배치’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향후 추가 협상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실효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미국 정권에 따라 대외 정책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교 안보 정책의 속성상 가변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전술핵 배치를 비롯해 ‘북핵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