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기한 연기했던 3분기 성장률과 9월 무역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를 24일 한꺼번에 발표했다. 공산당이 시진핑 집권 3기의 핵심 지도부 인선을 전날 마무리한 직후다. 숫자들은 예상치를 넘었지만, 앞으로 중국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와 전기 대비 모두 3.9%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주지표로, 전기 대비를 보조지표로 본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3.4%)를 웃돌았다. 국가통계국은 "예상하기 어려운 외부 충격이 많았지만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경제권 봉쇄, 이상 고온과 전력난 등 악재들이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준 것으로ㄹ지 분석했다.

중국의 분기 성장률은 하락 추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작년 1분기 18.3% 이후 7.9% → 4.9% → 4.0% → 4.8% → 0.4%(2022년 2분기)로 이어졌다. 4분기 시장 예상치는 4~4.5%다.
 3기 지도부 '시진핑 충성파' 일색…더 커진 中 리스크
올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3.0%였다. 중국 정부가 올해 초 제시한 목표인 5.5%와는 격차가 크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의 연간 성장률은 2016~2019년 4년 동안 6%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2.2%로 떨어졌다가 2021년 8.1%로 반등했다. 저출생·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6%대 성장세를 되찾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을 3.3%, 세계은행은 2.8%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평균은 3.5%다. 2023년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9%, IMF가 4.4%, 세계은행이 4.5%로 관측했다.

9월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생산과 투자는 호전됐지만 소비와 실업률은 악화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6.3%로 8월의 4.2%에서 급등했다. 1~9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5.9%로 1~8월의 5.8%보다 소폭 상승했다.

반면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2.5%로 8월 5.4%에서 급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시실업률도 8월 5.3%에서 9월에는 5.5%로 뛰었다. 중국 정부의 올해 실업률 관리 목표가 '5.5% 이내'다.
중국 위안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위안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수출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중국 경제의 부담으로 지목된다. 해관총서(세관)가 이날 발표한 9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7%였다. 이 지표도 시장 예상치(4.1%)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7월 18%에서 8월 7.1%로 급락한 데 이어 9월에도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둔화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월간 수출 증가율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던 2020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호황을 유지했다. 부동산시장 침체, 지방정부 적자 누적에 따른 인프라 투자 약세 속에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세계은행은 중국 GDP에서 수출의 기여도를 20% 안팎으로 분석했다.

'경제수도'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경제권 봉쇄로 올 상반기부터 수출 주문이 동남아시아로 대거 이동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등으로 주요국 경기가 침체하면서 중국의 수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궈타이쥔안증권은 “중국의 월간 수출 증가율이 4분기에 마이너스를 나타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중국의 분기별 수출 증가율이 3분기 12.8%에서 4분기 8~10%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9월 수입 증가율은 0.3%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인 1.0%에 크게 미달했다. 소매판매와 함께 내수 경기를 나타내는 수입 증가율은 지난 2월 15.5%에서 3월 -0.1%로 떨어진 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과 수입 부진은 시 주석 집권 3기 경제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2일 폐막한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 헌법인 공산당장정(당장·堂章)에 '쌍순환' 발전 전략을 추가했다. 시 주석이 2020년을 전후해 제시한 쌍순환은 '국내 대순환'과 '국제 순환'이 어우러진다는 것으로 내수 경제 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국처럼 국내 서비스업 중심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제 순환(수출)의 뒷받침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국내외의 분석이다.

전날 출범한 공산당 3기 지도부가 전원 시 주석 충성파로 구성되면서 중국이 세계 경제에 던지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전과 달리 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7인이 모두 시 주석과 그의 최측근이어서 견제 세력이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빅터 시 UC샌디에이고 교수는 신임 또는 유임 상무위원들과 관련해 "모든 면에서 시 주석 의견에 동의했던 인물들이어서 시 주석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 측면에선 시 주석이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4차례 언급한 '공동부유(共同富裕)'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 대신 분배를 지향하며 자유보다는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회귀 성향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 주석이 '당의 영도'를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 위에 있지만, 덩샤오핑 시대 이후 '당은 인사를, 정부는 실무를 담당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런 원칙도 깰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가통계국과 해관총서가 당초 당대회 기간 중으로 예정됐던 9월 수출입(16일)과 3분기 GDP(18일) 발표를 아무런 설명 없이 연기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일각에선 중앙정부 경험이 없는 리창 상하이 당서기와 지방정부 수장을 맡아본 적 없는 딩쉐샹 주석비서실장 등이 상무위원으로 발탁되고 각각 차기 총리와 상무부총리 후보로 부상한 것에 대해 '다른 모든 가치보다 충성이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닐 토머스 유라시아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공산당의 국무원(행정부)에 대한 개입이 커지는 가운데 경험이 적은 리창이 총리를 맡으면 중국의 경제 정책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방문연구원 드루 톰슨은 "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 '수단이 결과를 정당화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