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등 대용량 데이터 전송 보편화하며 '망 사용료' 부과 필요성 제기돼
유튜브·넷플릭스, '캐시서버' 설치해 통신사업자 부담 경감 모색
법원, 넷플릭스-SKB 소송서 '연결 대가 내야' 판단하면서도 캐시서버를 대가 지불방식으로 인정

세계 최대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에서 방송 화면의 최대 해상도를 낮춘 것을 계기로 '인터넷망 사용료' 논란이 크게 번지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인 통신사업자 측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콘텐츠 제공업자(CP)의 경우 망 사용료를 내는 반면,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CP는 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며 이른바 해외 CP의 '무임승차론'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엔 이런 망 사용료를 의무화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러 개 발의된 상태다.

반면 넷플릭스와 구글, 시민단체 등은 망 사용료 법제화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확립된 인터넷 생태계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망 사용료가 의무화되면 해외 CP들이 이 비용을 소비자나 크리에이터(창작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고, 망 사용료 법제화 흐름이 해외로 확산하면 국내 CP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경우 해외 ISP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보편화하는 등 인터넷 이용 환경이 변화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정말로 유튜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한다고 볼 수 있을까?
[팩트체크] 유튜브·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한다?
◇ 인터넷 연결 대가의 성격은…사용료냐, 접속료냐
이 사안의 성격이 무임승차냐, 인터넷 생태계의 붕괴냐를 판단하기에 앞서 양측이 사용하는 개념 또는 용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망 사업자인 ISP는 '망 사용료', 또는 '망 이용료'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CP와 시민단체는 '접속료'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개인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내는 비용의 성격은 이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인터넷 이용자인 '홍길동'은 국내 통신사업자(ISP)에 일정한 금액을 내고 인터넷에 접속해 이 망에 연결된 누구와도 소통한다.

하지만 국내 ISP는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과 직접 통신선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예컨대, 홍길동이 미국의 마이클에게 이메일을 보낸다고 하면 국내 ISP는 직접 마이클과 연결된 것이 아니라 마이클이 가입한 미국 ISP의 망과 연결돼 있을 뿐이다.

홍길동은 결과적으로 미국 ISP의 망을 이용하지만 이 ISP에 비용을 내지 않는다.

즉, 홍길동은 국내 ISP에만 일정한 금액을 내는 대가로 완전한 연결성(full connectivity), 또는 전 세계 연결성(global connectivity)을 획득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홍길동이 국내 ISP에 내는 비용은 접속료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 '2계위' 분류된 국내 ISP, '1계위' 美 ISP에 비용 지불해야
ISP들은 사용자에게 '전 세계 연결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서로의 망을 연결해야 한다.

이런 상호 연결의 방식으로는 ISP가 보유한 망의 등급, 즉 계위(tier)에 따라 직접접속(peering·피어링)과 중계접속(transit·트랜짓)이 있다.

직접접속은 동등한 계위의 ISP가 서로 자신의 사용자 트래픽만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통상적으로 대가를 서로 지불하지 않는다.

중계접속은 차등 계위 간 ISP가 트래픽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높은 계위의 ISP가 낮은 계위 ISP의 트래픽을 다른 ISP의 망으로도 보내주는(중계) 대신 낮은 계위 ISP로부터 트랜짓 비용을 받는다.

이 트랜짓 비용이 이번 논란의 주요 발단 중 하나가 된다.

구글과 같은 해외 CP들과 국내 이용자 간 트래픽이 많아지면서 국내 ISP가 해외 CP와 연결된 미국 ISP에 내야 하는 트랜짓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주요 ISP는 1계위 사업자지만 국내 ISP는 모두 2계위 이하 사업자로 분류된다.

낮은 계위의 국내 ISP가 1계위 미국 ISP의 망을 통해 트래픽을 주고받으려면 미국 ISP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팩트체크] 유튜브·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한다?
◇ 유튜브·넷플릭스, 캐시서버 설치해 ISP가 트랜짓 비용 절감할 수 있게 해
이런 트랜짓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캐시서버'(임시서버)였다.

국내 혹은 한국과 가까운 곳에 본(本) 서버의 복사본인 캐시서버를 만들어 국내 사용자들이 자주 요청하는 콘텐츠를 저장해두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미국에 있는 해외 CP의 본 서버와 연결될 필요가 없으니 국내 ISP로서는 트랜짓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CP가 캐시서버를 설치해 ISP의 트랜짓 비용 부담을 줄여준 셈이다.

물론 해외 CP 입장에서도 캐시서버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면 자사 콘텐츠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오른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유튜브 이용자가 끊김 없이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으면 유튜브로서는 이용 고객이 늘어날 여지가 있어 득이 된다.

유튜브가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국내 ISP에 네트워크 비용을 내지 않았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넷플릭스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였으나 국내 ISP의 대응은 달랐다.

SK브로드밴드(SKB)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라는 캐시서버를 일본과 홍콩에 설치해 한국 가입자들에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캐시서버를 통한 동영상 트래픽이 SK브로드밴드의 망을 통해 넷플릭스 가입자에게로 전송되니 이에 대한 대가를 내라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이런 대가를 낼 이유가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팩트체크] 유튜브·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한다?
◇ 법원 "연결의 대가 지불해야"…망 사용료 필요성 인정
망 사용료 부과 문제는 발의된 법안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회가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다.

물론 국회는 이 과정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여론도 살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넷플릭스에 대한 무임승차론은 망 사용료 부과의 뼈대가 되는 논거지만, 여러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커 이를 사실 또는 거짓으로 잘라 판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은 무임승차론의 타당성을 따져볼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

1심 판결의 요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전용회선과 국내 인터넷망을 통해 최종 이용자에게 도달하니, 이 '연결'에 대한 대가를 넷플릭스가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연결의 유상성'을 판시했다.

단, 이 연결은 종전의 인터넷 연결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자국(미국) ISP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된 뒤 다양한 국가의 가입자들에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원활한 시청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또 ISP 측에 트랜짓 비용을 절감해주려고, 넷플릭스는 캐시서버를 국내 ISP에 '직접 연결'했다.

해외 ISP를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연결은 넷플릭스와 국내 ISP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며, 넷플릭스는 이 연결을 통해 한국 이외 국가의 가입자와는 트래픽을 주고받지 않는다.

법원은 이 직접 연결이 무상으로 제공된 것이 아니므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가(채무)를 낼 필요가 없다(부존재)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이는 법원이 ISP 측이 말하는 '망 사용료'를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

법원은 그러나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라는 넷플릭스 측의 논리마저 부정하지는 않았다.

시민단체도 옹호하는 이 논리는 홍길동이 어느 한 ISP를 통해 일단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면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돼야 한다는 인터넷 세계의 기본원칙에 가깝다.

즉, 홍길동의 이메일이 최종적으로는 미국 ISP의 망을 통해 마이클에게 전달되지만 미국 ISP가 이메일 트래픽이 자사 망을 거쳤다는 이유로 홍길동에게 별도의 전송료(망 사용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홍길동이 국내 ISP에 비용을 지불하고 인터넷에 접속한 이상 그의 트래픽은 추가로 돈을 내지 않고 세계 어디로도 전송된다.

즉,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문제는 양자 간 '직접 연결'에 관한 것이지, 어떤 ISP가 다른 ISP의 고객들이 보낸 트래픽을 전송할 때(미국 ISP가 홍길동의 이메일을 마이클에게 보낼 때)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의 논란은 아니다.

1심이 이번 사안은 전송의 유상·무상 논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팩트체크] 유튜브·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한다?
◇ 법원, 캐시서버도 망 사용료 지불방식으로 인정…'무임승차론' 지나친 면 있어
법원은 이 직접 연결의 유상성, 즉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지불 방식이 '회선용량 단위(Gbps)로 접속회선료 또는 접속통신료 등의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거나 'CP가 ISP에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뿐 아니라 '복수의 지역에 캐시 서버를 설치해 ISP의 망에 발생하는 트래픽을 경감'시키는 방식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1심은 직접 연결에 대한 대가를 낼 이유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기각하면서도 넷플릭스가 도입한 캐시서버가 그 직접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다만 SK브로드밴드는 금전의 형태로 망 사용료를 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이기에 넷플릭스의 캐시서버를 망 사용 대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2심에서 넷플릭스를 상대로 부당이익 반환청구 소송이라는 반소를 냈다.

양자가 상호 동의한 감정평가회사를 지정해 망 사용료가 얼마인지 따져서 그 금액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망 사용료 또는 접속료는 동영상 시대 늘어난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직접 연결'의 대가를 누가,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에 따라 갈리는 용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은 연결의 유상성을 인정하면서도 캐시서버 설치를 망 사용 대가로 인정한 점에 비춰보면 무임승차론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에 망 사용료를 둘러싼 방정식을 계산할 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캐시서버를 통해 직접 연결하게 된 맥락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강요된 것이 아니라 각자 이해에 따라 서로 직접 연결을 선택한 것이다.

한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서로의 이득을 위해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연결한 것인데 이를 '무임승차'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또한 이 부분을 사업자 간 사적 합의가 아니라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