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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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모범생으로 불렸던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직격타를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겨울에는 독일 경제가 쇼크를 맞을 거라고 경고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사진)는 17일(현지시간) 독일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제조업비중이 높아 에너지위기에 따른 쇼크를 특별히 뚜렷하게 체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 경제가 에너지 위기로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전망이다.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독일 경제가 내년에 0.3%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유럽 내 꼴찌 수준이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올해 겨울도 힘들 테지만, 내년 겨울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독일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잘 회복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등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이탈리아와 동유럽 국가들도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에 따른 뚜렷한 후과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위기도 언급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독일은 다른 국가들보다 제조업 부문이 거대하다”면서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공급망 차질과 싸워야 했고, 이제는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까지 감당해야 한다”면서 “독일은 산업중심지고 그래서 최근 쇼크를 특별히 뚜렷하게 체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피나스 부총재는 하버드 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9년 초부터는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뒤 올해부터 수석부총재 직을 맡고 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에너지 위기는 더는 빠르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며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고공행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독일은 이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뚜렷하게 확대하고 믿을 수 있는 국가들로부터 에너지 공급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뚜렷이 인상하는 데 반해 유럽중앙은행(ECB)은 훨씬 소극적인 것과 관련해서는 "ECB는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의 경제 성장세가 뚜렷이 약화하리라는 것을 감안하고 있다"면서 "이는 물가상승 압박을 약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에너지수출국으로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고 있지만, 유럽국가들은 수입국이어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유로존 경제는 0.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