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Fed의 통화 긴축이 촉발한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부실로 이어지고 그 여파가 미국에 ‘독’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와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4일 IMF 블로그에 올린 ‘국가들은 어떻게 강달러에 대응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회원국의 구제금융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인 IMF가 Fed에 명시적으로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고피나트 수석부총재 등은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저소득국 중심으로 금융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고 봤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10%의 달러 절상은 인플레이션율을 1% 높인다”며 “물가 상승 압력은 달러 표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과 저소득국일수록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또 강달러가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스필오버·spill-over)가 부메랑이 돼 미국에 더 큰 손해를 끼치는 역파급 효과(스필백·spill-back)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흥국 시장에서의 대규모 자본 유출을 포함해 금융시장에 훨씬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팬데믹 초기처럼 Fed가 적격국과 통화스와프 라인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Fed는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하자 글로벌 금융 불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 등 9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IMF가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그간 유보적이던 미국의 기류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5일 미국에서 열린 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Fed도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추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그런 정책이 미치는 여러 스필오버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