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기존 의약품의 적응증 추가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시범사업(파일럿 프로그램) 대상에서 국외 생산 의약품은 제외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분할실시간신청심사(STAR·Split Real Time Application Review)’ 파일럿 프로그램의 세부 정보를 공개했다.

STAR는 기존에 승인된 의약품의 추가 품목허가를 위해 기업이 신청서를 2개월 간격으로 나눠 제출하고, FDA가 실시간으로 검토하는 제도다.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적응증 확장 심사를 단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합성의약품 추가 품목허가(sNDA) 및 바이오의약품 추가 품목허가(sBLA) 신청에 모두 적용된다.

FDA는 홈페이지에 STAR 지정에 필요한 자격들을 제시했다. 파일럿 및 정식 프로그램이 언제부터 운영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STAR 지정을 위해서는 약물이 확장하려는 적응증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에 비해 상당한 개선(substantial improvement)을 임상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비열등성 임상을 진행했더라도 기존 치료법에 비해 상당한 우월성이 확인된다면 STAR 지정 기준을 충족한다. 다만 실제임상 근거(RWE)는 SATR 지정 심사에 적용할 수 없다.

미국 외 생산 약은 STAR 제외

FDA는 국외 제조 시설에 대한 현장 실사가 필요한(require a foreign manufacturing site inspection) 경우에는 STAR 지정 자격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해외에서 제조된 약은 SATR 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외 현장 실사로 인해 심사가 늦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추정된다. FDA가 ‘신속한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국내 현장 실사(domestic site inspections)는 허용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국내 기업들은 한국 내 생산설비에 대한 현장 실사 문제로 심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는 2019년 10월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현장 실사가 미뤄지며 허가 일정이 지연됐다. GC녹십자도 면역글로불린 제제인 ‘알리글로’의 BLA를 제출했지만 현장 실사가 지연되며 지난 2월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Made in USA' 정책 적용?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의약품과 바이오에너지 농업 등 바이오 전반에 대한 20억달러(약 2조8220억원)의 예산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바이오 행정명령이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표된 지원 규모가 적은 만큼, 대규모 상업생산에는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FDA는 처방의약품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라 STAR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PDUFA는 FDA가 전문의약품 품목허가를 심사할 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이다. 1992년에 처음 시행된 이후 5년마다 재승인되고 있다. 지난달 말 바이든 대통령은 2023~2027년 회계연도에 적용될 여섯번째 PDUFA를 재승인하는 법안 ‘PDUFA VII’에 서명했다. 올해 10월부터 2027년 9월까지 적용되는 법안이다.

FDA는 2023년도 회계연도에 적용될 수수료(user fee)도 공개했다. 전문의약품 심사 수수료는 324만2026달러(약 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 늘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수수료는 동결됐고,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수수료는 7% 늘었다.

의료기기 승인 제도인 510(k) 심사 수수료는 1만9870달러(약 2800만원)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시판 전 승인(PMA) 수수료는 44만1547달러(약 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