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부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영어 수업을 더 줄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지난해부터 영어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 규제에 착수해 관련 산업이 초토화됐다.

26일 펑파이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전인대 9010호 건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내놨다. 해당 건의는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전인대·정협)에서 제기돼 논란이 됐던 안건이다. 자문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의 쉬진 위원은 "영어를 주요 과목에서 퇴출하고 중국어와 중국 문화 수업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건의사항으로 채택됐다.

중국 교육부는 6개월 넘는 검토 끝에 답변을 내놨다. 결론은 영어 수업을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영어 등 외국어는 학생의 도덕적, 지적, 신체적 발전에 중요하며 문학적 소질과 문화적 감성 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어를 배우는 게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과정에서 영어 비중은 6~8%로 중국어(20~22%), 수학(13~15%), 체육(10~11%)보다 낮다. 국무원(행정부)이 2014년 정한 가오카오(중국 대입시험) 기준 가운데 중국어와 수학, 영어 배점을 동일하게 한다는 규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교육부는 주장했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사교육 금지에 따른 일부 시민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사교육 금지 조치로 다수 중국인은 학습 부담이 줄어 만족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일부 중산층에선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 상승을 차단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유층은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전문가들도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을 줄이는 것이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사교육 규제는 중국 인문계 전공자에게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던 교육산업을 위축시켜 청년 실업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