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제12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의료, 부동산, 연금 등 공기업·준정부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민 관심이 많은 의료와 부동산, 연금 등 10개 분야를 선정해 11월까지 핵심 데이터를 우선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분야에 쌓여 있는 데이터 댐을 열어 관련 신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디지털 석유’ 또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자산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의 보고다. 지난 1월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자 은행 카드 등 기존 금융권은 물론 핀테크업계까지 앞다퉈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게 한 사례다. 데이터 처리 및 관리 솔루션 개발, 데이터 구축 및 컨설팅 서비스업, 데이터 판매 및 제공 서비스업으로 구성된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1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21조5000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아직 산업 저변이 취약하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12위이지만 빅데이터 활용 순위는 한참 낮은 26위에 그쳤다.

데이터 분야 경쟁력 확보가 국가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등장하면서 세계 각국이 소리 없는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번 정부의 공공 데이터 개방은 데이터 수집 분야에서 의미 있는 행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데이터가 많아도 분석하고 활용해야 가치 있는 자산이 된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전문인력 육성과 데이터 거래·유통 기반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무엇보다 큰 장벽은 개인정보 활용에 보수적인 문화와 정보 활용 규제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비를 통해 데이터 이용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활용 폭을 넓혀줘야 한다. 데이터 생산·수집·가공 과정에서 소유를 명확히 하는 데이터 저작권 보호법 제정도 필요하다. 때마침 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국가 데이터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민·관 합동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가 지난 14일 출범했다. 세계 주요국이 제도·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는 지금이야말로 데이터산업 육성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관련 규제 개선과 제도 보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