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속 가능 성장과 ESG 경영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 1987년 처음으로 사용한 지속 가능 성장이라는 용어는 초기의 환경보호 측면을 넘어 사회 통합, 경제 발전 측면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대되다가 이제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전반적인 향상을 추구하는 개념으로까지 발전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필자가 처음 상법을 배울 때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으로 단순히 설명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매우 부수적인 부분으로 다뤄질 때와 비교하면 거의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소비자 측면에서의 기업 윤리는 커피의 공정무역 정도가 문제 되던 시기에서 이제는 기후변화라는 전 인류의 당면과제 앞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악덕 기업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물론 각종 정부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럽 국가에 비해 잘 버틴 것은 국민의 협조가 가장 큰 도움이 됐겠지만,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이 많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이 오히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인 사명을 완수하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국내 제조업 비중이 작거나 저탄소 기술 역량이 뛰어나 이미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탄소중립 액션 플랜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의 탄소 중립은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보다는 선진국의 압박에 따라 목표 선언을 하는 정도라는 평가를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용품 기업으로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실천해 젊은 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인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창업자 가족이 소유한 지분 98%를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세운 비영리재단에 기부했다고 한다. 기업에 있어 누가 지배주주인가 하는 문제는 기업의 모든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처음으로 비영리 재단이 세계적인 영리 기업의 지배주주가 된 것이다.

쉬나드는 기부하면서 ‘이제 내 회사가 내가 없어도 옳은 가치를 위해 계속 굴러갈 수 있게 됐으니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속에는 단순히 지배주주의 변경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가 이제는 지속 가능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능력 있는 경영진과 기업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역시 쉬나드이고 파타고니아답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