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行 홍익표 "文, 최근 정치상황에 우려와 당부…한반도 상황에 여러 말씀"
尹대통령 유엔총방 순방 당일 '한반도 평화' 메시지 내놔
메시지 정치 본격화 주목…신구정권 충돌 본격화하나
'정치상황 우려 많다'는 文, 첫 현안언급…尹정부에 목소리 낼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권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방식으로 침묵을 깨고 장외 정치를 시작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돼 개최하는 '9·19 군사합의 기념 토론회'를 하루 앞둔 18일 배포된 서면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에서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진보 정부를 통틀어 결실을 본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우회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공교롭게 이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6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경남 양산의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사실을 전했다.

홍 의원은 "최근 정치상황에 대통령의 우려와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라며 "특히 한반도 상황과 국제정세에 여러 말씀을 하셨다"고 적었다.

전언이긴 했지만, 퇴임 후 현안과 관련한 첫 언급을 내놓은 날 윤석열 정권하의 정치상황과 외교·안보 상황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한 셈이다.

축사와 홍 의원의 글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자신이 공을 들였던 한반도 평화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에 우려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문 전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한미 양국이 최근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본질적으로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억제태세 강화에 의견을 같이하는 등 대북 강경 기조 속에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현 국면이 장기화하면 9·19 군사합의 등 전임 정부의 성과가 백지화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는 후퇴할 수 있다는 게 문 전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메시지가 공교롭게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자 미국 등 3개국 순방길에 오르는 날 나온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에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두고 윤 대통령이 "참 개탄스럽다"고 한 데 이어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전임 정부에 날을 세우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도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

결국 수사 등의 형태로 전임 정부의 성과를 압박하기 시작하면 문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메시지 정치'에 나설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그러나 "외교·안보 현안은 몰라도 국내 정치에 직접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청와대 참모 출신 의원들이 나서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과 직접 대립각을 세워서 전·현직 대통령이 맞부딪히는 구도는 문 전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