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보다 분양 단지 수가 줄어든 와중에도 미분양이 늘면서 시장 침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깊어지는 '미분양 수렁'…이달 21곳 중 12곳 청약미달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분양한(청약 마감일 기준) 전국 아파트 단지 21곳 가운데 15개 단지가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서울 등 일부 단지는 후순위 청약이 이뤄졌으나 12개 단지에선 미분양이 발생했다. 지난달 42개 분양단지 가운데 24곳에서 미분양 물량이 나온 것과 비슷한 비율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달엔 대구·경북을 비롯해 경기 평택 등 주택 공급이 많은 지역의 미분양이 많았으나 이달엔 다양한 지역에서 미분양 단지가 나오고 있다.

충북 옥천에서 분양한 ‘옥천역 금호어울림 더퍼스트’는 499가구 분양에 청약자가 단 136명에 그치며 모든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충북 음성 ‘푸르지오 마크베르’ 역시 대형 4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주택형이 미달됐다. 642가구를 분양했는데 청약자는 53명에 불과했다. 부산에서 선보인 ‘송도자이르네 디오션’은 바다 조망이 가능한 단지임에도 전용면적 105㎥ 등 중대형 일부 가구가 미분양됐다.

다만 서울에선 1순위 미분양 물량이 후순위에서 소화되고 있다.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전용면적 84㎡가 11억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로 인해 1순위 마감에 실패했으나 2순위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 역시 전용면적 67㎡의 분양가가 8억원에 달하는 등 주변과 비슷한 가격에 나와 1순위 마감에 실패한 뒤 후순위에서 청약자 모집에 성공했다.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곳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보다 싼 값에 나온 단지 등 일부에 그쳤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우미린 클래스원’은 지난 6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324가구 모집에 8313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25.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4억6260만~4억7590만원으로 대출 제한을 받지 않는 데다 주변 아파트값이 올라 상당한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없는 강원 원주에서 나온 ‘힐스테이트 원주 레스티지’도 799가구 모집에 4119건의 청약이 몰렸다. 가장 많은 수요자가 몰린 84A 주택형은 13.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