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중앙은행은 신뢰할 수 있나
최근 2년 반 동안 각국 중앙은행은 놀라운 기록들을 새로 만들었다. 우선 한국은행.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했다.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새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렸다. 단기간 이만큼의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도 처음이다. 올 들어선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인상했으며, 7월엔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한은 못지않은 기록 제조기다. 2020년 3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회사채를 매입한 것도 처음이다. 시중에 푼 5조달러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올 6월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28년 만이라고 한다. 2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올 2월까지도 제로 수준이던 금리를 7월 연 2.5%까지, 단기간에 이렇게 가파르게 끌어올린 것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오일쇼크 이후 처음이다.

이런 기록들은 두 시점으로 나눠 역사책에 새겨질 것이다. 코로나19 초반과 인플레이션 국면이다. 코로나19 초반엔 기준금리를 바로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상상하기 힘든 돈을 시중에 풀었다.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공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했다. 그다음은 반대 방향으로 테이프를 감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인플레이션에 총력 대응한다는 설명과 그 속도다.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든다. 애초 코로나19에 대응할 때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푼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가 크지 않았을까. 물론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 우려됐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오미크론처럼 증상이 약한 바이러스가 코로나의 주종이 되면 외부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중앙은행 인사들은 몰랐다.

중앙은행 인사들은 인플레이션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증상은 Fed 인사들이 더 심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한은은 훨씬 나은 편이다. 파월 의장은 요즘은 인플레이션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앙은행에 냉정한 잣대를 들이댄 대표적 경제학자는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는 ‘샤워실의 바보들’이란 비유를 들었다. 샤워 꼭지에서 찬물이 나오면 더운물 방향으로 끝까지 틀고, 뜨거운 물이 나오면 냉수 쪽으로 끝까지 돌리는 사람들이 중앙은행을 포함한 정부라는 얘기다.

프리드먼은 Fed에 적극적 통화정책을 포기하라고 했다. 한계를 인정하고 적절한 통화 공급을 지속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통화 공급을 연간 3~4% 정도 늘리기만 하라고 했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과열되거나 위축될 수 있지만 이는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통해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우려스럽다. 중앙은행 인사들은 지금의 통화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기를 침체 국면으로 밀어넣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말을 100% 믿을 수 있을까? 중앙은행 회의론자들은 벌써 내년이 걱정이라고 한다. 금리를 단기간에 너무 높여 경기 침체와 대규모 실업, 부동산값 폭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