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도어스테핑과 스타 장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 20%대까지 떨어졌다가 2주 연속 올라 30%를 회복했다.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인지, 단기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정권 초반에는 더욱 그렇다.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국정운영의 동력도 상실하기 때문이다. 노동·연금·교육개혁과 같은 절체절명의 국가적 아젠다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다. 지지율 추락이 정치적 변수 또는 진영 간 희비를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이유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부실 인사, 여당 내 갈등, 정책 혼선, 잦은 말실수, 김건희 여사 행보 논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 대통령 본인 책임으로 귀결된다. 필자는 그 가운데 어설픈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본다.

전 정권의 불통을 반면교사로 삼아 언론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소신과 용기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기자들의 날 선 질문을 받는 대통령 모습은 신선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취지와 형식은 100점이지만 내용은 낙제점이었다. 검찰총장을 떠올리게 하는 거친 발언과 진중하지 못한 태도 등 지지율을 갉아먹은 요인 대부분이 도어스테핑에서 불거졌다.

대선 이후 국민은 ‘정치 신인’ 윤석열에 거는 기대가 컸다. 기존 정치권에 빚진 게 없는 만큼 정파적 이해를 떠나 오로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몸을 던질 것으로 기대했다. 전 정권에서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되찾고, 미래를 위한 개혁에 뚜벅뚜벅 나설 것이란 바람이었다.

그런데 정치 신인으로서 새로운 면모는 온데간데없고, 국민이 목도한 건 ‘정치 아마추어’였다. 법과 원칙만 보였고, 정치가 사라졌다. 정치는 곧 민심인데 윤 대통령은 취임 석 달여간 민심 난독증을 보였다. 정치 공세와 실망한 민심을 구분하지 못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인사 논란에 대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며 언성을 높인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역대 정권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식의 오만과 불통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대변인의 말실수는 대통령이 바로잡으면 그만이지만 대통령의 실언은 주워 담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다.

도어스테핑의 또 다른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언론의 이슈를 주도하고 선점한다는 점이다. 매일 오전 9시 인터넷 포털 뉴스 창은 <속보> 尹 대통령, “~~”으로 도배된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특정 사안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난제의 해답으로 인식된다. 국정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참모가 끼어들 틈이 없고, 장관들도 설 자리가 없다. 감히 누가 대통령 말씀에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대통령의 설익은 말 한마디 때문에 정책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장관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본인이 모든 이슈를 주도하고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데 어떤 장관이 용감하게 나설 수 있을까. 한동훈 장관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언론 입장에서도 매일 아침 대통령의 생생한 육성이 나오는데 굳이 장관들의 입과 행보에 주목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책임총리 간판을 단 한덕수 총리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도 같은 이유다.

소통은 질문에 답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건 대변인의 몫이다. 대통령의 소통은 고도의 정치 영역이다. 공감에서 출발하고 인내와 타협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기자들이 가감 없이 전하는 민심에 고개를 끄덕이고, 까칠한 질문도 너그럽게 받아내야 한다. 확 달라진 도어스테핑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