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해 5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제주항공 관계자들이 항공기를 결박하고 있다. 이날 국내선 항공기 368편이 무더기 결항하는 등 태풍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힌남노는 초속 40m 안팎의 강풍과 시간당 100㎜를 넘나드는 물폭탄을 동반한 ‘슈퍼 태풍’으로 한반도를 할퀴고 갈 전망이다.
비바람에 제주 1천845가구 정전, 수도권·강원에는 홍수주의보전국서 1천97명 사전 대피, 남해안 공장·학교·철도는 '멈춤'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도착해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면서 전국의 태풍 특보가 상향되는 등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제주에서는 순간 최대 41.9㎧의 바람이 관측되며 1천여 가구가 잇따라 정전됐고, 호우 특보가 내려진 수도권과 강원은 홍수 주의보가, 충북은 산사태가 발생하며 피해가 잇따랐다.6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가 이날 0시 30분 현재 제주를 가장 가까이 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전국 곳곳의 태풍 특보가 경보로 격상됐다.이날 0시를 기해 충남·충북·전북·경북 일부와 대전·대구에 태풍 주의보가 경보로 바뀌었다.앞서 전날 오후 11시를 기해 경남 일부와 부산, 울산, 전남 일부에도 태풍특보가 경보로 상향됐다.오전 2시에는 강원 일부에도 태풍경보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수도권과 강원 중·북부, 충남 북부에는 호우주의보도 내려진 상태다.제주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한라산 백록담에 순간 최대 초속 41.9m의 바람이 관측되고 있다.한라산에는 최근 이틀 사이 최대 700㎜가 넘는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강한 비바람 속 1천845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어졌다.제주시 일도동에서 150가구가,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한경면 일대에서 1천545가구가 정전됐다.전날 낮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주택 지붕 위로 나무가 쓰러져 덮쳤고, 제주시 아라동과 이도동에서는 도로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되기도 했다.서귀포시 온평포구에서는 정박해있던 어선 1척이 침수되고, 가로수 쓰러짐과 전선 침범·월파 등의 피해로 인해 16개 버스 노선이 우회 운행을 하기도 했다.비가 많이 내린 수도권과 강원에서는 홍수 주의보가 잇따랐다.200㎜ 비가 내린 강원 홍천강은 수위가 올라가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속초·홍천·양구·인제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내려졌다.경기 한탄강 지류인 포천 영평교 지점에도 홍수주의보가 내려졌고, 경기 북부 일대 하상도로 1곳과 세월교 등 9곳 등 총 28곳이 수위 상승 등으로 통제에 들어갔다.서울에서도 중랑천 월계 1교 지점 수위 상승으로 동부간선도로 진입 램프를 통제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굴리에서도 전날 산사태가 발생해 왕복 2차로 도로가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뱃길과 하늘길 운영에도 차질을 빚었다.전날 전국 공항의 361개 항공편이 사전에 결항 조치했거나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제주 11개 항로와 전남지역 52개 항로, 부산항 전체 노선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726가구 1천97명이 일시 대피했다.경남 704명, 부산 184명, 울산 50명 등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많이 대피했고, 전남에서도 143명이 대피했다.이들 가운데 649명은 공공시설과 숙박시설, 마을회관,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 87곳에 머무르고 있다.이날 새벽부터는 남해안 도시의 주요 교통망과 산업체, 학교 등의 운영이 일시 중단된다.경남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부산 르노자동차 공장, 포항 포스코 등은 공장 가동을 멈춘다.부산과 울산을 잇는 광역철도인 동해선을 비롯해 부산김해경전철, 부산도시철도 등도 첫차 운영부터 중단한다.영남과 호남 지역을 운행하는 317편의 열차도 오후 3시까지 운행을 중지한다.각급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재량 휴업을 하기로 했고, 어린이집도 휴원에 들어갔다.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새벽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대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재난 발생 시 군과 경찰의 가용인력을 재난 현장에 투입할 것도 지시한 상태다./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제주 여러 지역에서 정전이 잇따르고 있다.5일 한국전력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17분께 제주시 일도2동 150가구가 정전됐다가 복구됐고,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626가구와 성산읍 삼달리 112가구, 제주시 한경면 807가구 등 1695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지만,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다.이날 오후 11시까지 정전 피해를 본 가구는 모두 1845가구다.강한 비바람에 현장에 출동해 당장 복구 작업을 벌이기는 어려운 상태다.한전 관계자는 "이른 시간 내 복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전기가 끊기자 제주지역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네티즌들은 "쾅 하고 큰 소리가 난 뒤 전기가 끊겼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전이 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켰다"고 호소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태풍 상륙' 새벽에도 수시로 회의 열듯…지하벙커서 대응태세 점검심야 브리핑에 참모진도 '비상대기'…수석실에 간이침대 들어서윤석열 대통령은 5일 태풍 '힌남노' 대비태세를 실시간으로 챙기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철야 비상대기 체제를 이어갔다.지난 5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청사에 머무르며 철야 대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용산시대' 이전까지 청와대 집무실과 관저는 지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역대급 강풍과 폭우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또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이뤄졌던 원격지휘가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던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힌남노가 제주에 최근접 할 때가 5일 늦은 밤과 6일 이른 새벽 사이로 전망되고 있어 윤 대통령은 새벽에도 수시로 회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대통령 비서실 직원들도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한다.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상황을 공유하며 필요한 지원을 챙기고 있다.수석비서관들 사무실에는 이미 간이침대가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잠 못 드는 밤'이라는 말도 등장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밤 9시께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전화 통화로 태풍 대비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오후 10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한 총리는 "오늘 밤부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와 구급을 위한 소방과 해경, 지자체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재난 현장에 군과 경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윤 대통령은 즉각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보와 치안도 국민 안전을 위한 한 축인 만큼 군과 경찰은 지역별로 재난대응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용 인력을 최대한 재난 현장에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윤 대통령은 또 "군경은 위험지역 주민들의 사전 대피를 지원하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신속한 응급 복구 등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용산 청사에서 심야 브리핑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통상 저녁 이후에 상황이 발생하면 서면 브리핑이 이뤄졌다.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제주지사·경남지사·부산시장·울산시장·전남지사 등과의 통화를 통해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소방청장·기상청장·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해 행정안전부·국방부 장관·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도 통화를 이어갔다.이날 출근길에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등장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힌남노 관련 질문만 좀 받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경호원과 대변인,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도 모두 민방위복 차림이었다.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나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힌남노 대응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면 관련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바지가 달라졌던데,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 같다"고 답했다.'야전침대나 간이침대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거까진 제가 알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지난 집중호우를 반면교사 삼았느냐'는 질문에는 "긴급한 위험이 처했을 때 국민 곁에 서 있어야 하는 공직자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지금은 길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을 정도로 태풍이 근접해있다"고 답했다.한편,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입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이번 태풍이나 관저 시스템 점검 등을 이유로 9월 중순 안팎까지 입주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관저 입주 시기를 묻는 질문에 "저희에겐 관저보다 (태풍) 관측이 중요한 날"이라며 "저희의 총관심사는 힌남노 경로 피해 최소화에 쏠려있다"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입주 시기를 묻자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