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용은 가능한가…'기업사회 일본과 노동운동의 형성' 출간
세계화로 노동 유연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생 고용'을 보장하는 일본식 기업문화는 지속 가능할까?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일본 노사 관계에 천착한 이종구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출간된 '기업사회 일본과 노동운동의 형성'(북인더갭)을 통해서다.

책은 저자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30여 년간 일본 노사관계 현장을 오가며 수행한 연구 성과를 담았다.

국가 총동원체제, 미군정의 전후 개혁, 고도성장기, 장기불황기에 이어 노동 유연화 단계에 이른 현재까지, 일본 노사 관계의 변화상을 고찰했다.

일본 기업과 노조는 분열과 갈등보다는 상호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종업원을 가족으로 간주하고, 평생 고용을 보장한 '일본식 경영'은 일본 경제의 비약적 성장에 디딤돌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화합을 중시하는 문화 덕분에 가족 같은 노사관계가 성립됐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주장을 배격하면서 일본 노사관계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도전받았고, 지금도 변모 중인 "역사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일본 경제단체가 발표한 보고서 '새로운 시대의 일본적 경영'이 나온 1995년을 일본 노사 관계의 분기점으로 본다.

보고서는 장기 고용할 종업원과 필요할 때마다 유연하게 조달할 종업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안을 담았다.

이는 종업원을 가족으로 간주하던 일본식 경영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며 사실상 '기업사회 일본'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이로 인해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사회 통합 역시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되면서 점점 와해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정사원 집단과 비정규 집단 사이의 사회적 균열은 계속 확대되면서 일본의 사회 통합 수준은 꾸준히 저하되고 있다고 말한다.

북인더갭. 428쪽. 2만2천원.
평생 고용은 가능한가…'기업사회 일본과 노동운동의 형성'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