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1차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준비 중인 거여동 거여5단지.   한경DB
서울 송파구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1차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준비 중인 거여동 거여5단지. 한경DB
서울 가락·거여동 일대 아파트 10개 단지 7000여 가구가 동시다발 리모델링 사업에 나서고 있다. 수직증축한 ‘송파 더 플래티넘 오금 아남’, ‘잠실 더샵 루벤’ 등이 분양에 성공하자 주변 단지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지어진 가락·거여동 일대 단지들은 중·고층으로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파 노후 10여 개 단지 리모델링 추진

송파 남동부 10여곳 리모델링 속도낸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송파구는 이달 초 거여5단지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아파트 증축형 리모델링을 위한 1차 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수직증축을 하려면 안전도 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1997년 준공된 605가구 규모의 거여5단지는 지난달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푸르지오써밋’ 브랜드의 695가구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 단지는 최고 15층에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물 바닥 면적 합의 비율)이 344%에 달해 부지(3종 일반주거지역)의 법적 상한 용적률인 300%를 이미 초과했지만 리모델링 특례를 활용해 증축에 나선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찰병원역 주변 2064가구 대단지인 가락쌍용1차도 리모델링을 위한 2차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1997년 최고 24층으로 지어진 이 단지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증축 설계를 확정해 최대 2374가구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가구당 전용면적은 기존 59㎡는 74㎡로, 84㎡는 104㎡로 늘리고, 주차장은 2022대에서 3590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쌍용건설 컨소시엄(쌍용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이 공사에 참여한다. 3호선 오금역 인근 가락쌍용2차도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최고 26층, 5개 동, 492가구에서 증축형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 560여 가구로 바꿀 계획이다.

이들 단지 외에도 송파구 일대에선 거여1·4단지와 문정현대, 가락금호 등 총 6986가구, 10개 아파트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송파동 현대와 KCC 등 소규모 단지들도 리모델링으로 기울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새 아파트 부족 ‘숨통’

송파구에서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1990년대 법적 상한 용적률에 가깝게 빽빽하게 지어진 아파트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들은 재건축 연한을 채워도 용적률이 높아 주민들의 분담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리모델링은 상대적으로 분담금이 적은 데다 증축을 통한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다.

주차장 등 부대시설이 2000년대 이후 아파트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도 주민들이 적극적인 이유다. 1004가구 규모 거여1단지 주차 대수는 554대로, 가구당 0.55대에 불과하다. 가락금호와 가락쌍용1차 등 대부분 단지 주차 대수가 가구당 1대에 못 미친다. 지하주차장이 있어도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단점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송파구에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 주민들의 가장 큰 불편이 주차장 부족”이라며 “안전진단 결과 증축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와도 공사비를 자비로 부담하겠다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단지들은 가격 상승 효과도 누리고 있다. 오금동 아남 아파트(송파 더 플래티넘) 전용면적 106㎡(현재 전용 84㎡) 분양권 호가는 16억(저층)~17억원(고층)에 형성돼 있다. 송파동 성지 아파트(잠실 더샵 루벤) 역시 작년 8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현재 중층 기준으로 2억원가량 오른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경기도에 비해 시세 상승 여지가 크기 때문에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단지들이 리모델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