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땀방울도, 조성진의 숨소리도…'하콘'에선 음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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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모험가들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연희동 2층 집서 출발
200명 관객 매주 공연
20년간 3만명 관객 열광
연주자 1.5m 앞 관객석
무대-객석 경계 허물어
정경화·김선욱·손열음 등
4000명 음악가 무대에
1주간 전국 100곳서
'공연장 습격작전'
작곡가 1명 한달 간 조명
'줄라이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무대 실험도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연희동 2층 집서 출발
200명 관객 매주 공연
20년간 3만명 관객 열광
연주자 1.5m 앞 관객석
무대-객석 경계 허물어
정경화·김선욱·손열음 등
4000명 음악가 무대에
1주간 전국 100곳서
'공연장 습격작전'
작곡가 1명 한달 간 조명
'줄라이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무대 실험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약 161㎡ 크기의 빈방이 무대이자 객석이다. 관객들은 낡은 그랜드피아노 주변을 둘러싸고 바닥에 앉는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도 되고, 다리를 쭉 편 자세도 괜찮다.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관객의 거리는 불과 1.5m. 연주자의 집중한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리다.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앉아 있는 바닥을 통해 둥둥, 진동 소리가 전해져 온다. 2002년부터 시작한 ‘하우스콘서트’는 20년 동안 매주 공연을 열었다. 900회가 넘는 무대를 거쳐 간 연주자는 4000명이 넘고, 누적 관객 수는 3만 명에 달한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수년째 충남 부여에서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고 온 할아버지 관객도, 빠짐없이 모든 무대와 함께 호흡한 청중이 있었다.
딱딱한 클래식 공연에서 하우스콘서트란 새로운 기획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주인공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8).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그는 “대극장에서 듣는 클래식 연주는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가 와도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연주자에 대한 물리적 거리를 줄이면 클래식을 대하는 관객들의 심리적 거리도 줄일 수 있겠다고 보고 하우스콘서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2006년 고(故)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와 김선욱 피아니스트 공연에 관객 187명이 온 적이 있습니다. 권혁주 씨가 고개를 흔들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느라 땀방울이 떨어졌는데, 앞에 앉은 관객이 그 땀을 맞으면서 연주를 들을 정도로 자리가 비좁았죠. 덥고 불편한 공연장이었는데도 연주자와 관객 모두 음악에 몰두하던 당시 분위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대학로로 무대를 옮겨 매주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하우스콘서트는 연주자들에게 가장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무대다. 일반적인 콘서트홀에서의 무대는 관객과 분리된 연주자만의 공간이라면, 하우스콘서트 무대는 관객과 공간을 공유한다. 연주하는 내내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쫓는 관객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동시에 마치 버스킹하는 듯 관객들의 호응과 에너지를 곧바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남윤, 피아니스트 강충모 김선욱 손열음 조성진 선우예권 임윤찬 등 쟁쟁한 연주자들이 이 작은 무대를 거쳐 갔다.
하우스콘서트의 티켓 가격은 단 3만원. 원래 2만원에서 장고 끝에 올린 가격이다. 연주자들의 명성에 비해 턱없이 저렴하다. 해마다 1억원 넘게 적자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지만 부족한 예산의 대부분은 박 대표의 사재로 충당한다. 그동안 박 대표는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연희동 자택을 팔고 반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다.
“2016년쯤 파산 위기에 처한 적이 있어요. 그해 아버지와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나며 제게 7억원의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때 ‘7년을 더 버티라고 주신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그해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으로 전국 23개 공연장에서 1주일간 100개 공연을 열었다. 그때부터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인 형태의 공연을 연달아 기획했다. 2013년 같은 날, 같은 시각 전국 65개 공연장에서 동시에 공연을 연 ‘원데이 페스티벌’은 이듬해 한국, 중국, 일본의 94개 공연장으로 확대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2018년 7월 한 달간 세계 30여개국에서 진행된 ‘원먼스 페스티벌’은 음악을 중심으로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다. 심지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작은 마을에서까지 공연을 펼쳤다.
매년 7월 작곡가 한 명을 테마로 한 달간 매일 공연하는 ‘줄라이 페스티벌’도 박 대표가 기획한 대표 공연 중 하나다. 2020년 베토벤, 지난해 브람스에 이어 올해의 작곡가는 헝가리의 바르톡이다. 여기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시간 릴레이 연주, 브람스 피아노 및 실내악 전곡 연주 등 파격적인 기획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는 바르톡의 ‘알레그로 바르바로(Allegro Barbaro)’ 한 곡을 7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번씩 연주하는 이색적인 공연을 열기도 했다.
“지방의 한 작은 공연장에서 똑같은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 단체 관람객이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분들이 한 시간 넘는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집중해서 보시더라고요. 하우스콘서트엔 지금도 매주 부여에서 매주 올라오시는 할아버지가 있어요. 이런 분들에게 좋은 공연을 집 가까운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와 더하우스콘서트의 목표입니다.”
“그동안 남들 공연을 만들어주기만 하고 정작 제 공연을 많이 못 했어요. 감각이 더 떨어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작곡과 연주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물론 하우스콘서트에 오면 계속 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딱딱한 클래식 공연에서 하우스콘서트란 새로운 기획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주인공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8).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그는 “대극장에서 듣는 클래식 연주는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가 와도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연주자에 대한 물리적 거리를 줄이면 클래식을 대하는 관객들의 심리적 거리도 줄일 수 있겠다고 보고 하우스콘서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연주자에게 가장 두렵고 설레는 무대”
2002년 7월 첫 공연은 하우스콘서트란 이름 그대로 박 대표의 서울 연희동 집에서 시작했다. 자택 2층 전체를 공연장으로 만들기 위해 거실과 방 세 개의 벽을 모두 허물었다. 약 82㎡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작은 아파트 크기 정도 되는 공간이 많을 땐 200명에 가까운 관객으로 가득 찼다.“2006년 고(故)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와 김선욱 피아니스트 공연에 관객 187명이 온 적이 있습니다. 권혁주 씨가 고개를 흔들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느라 땀방울이 떨어졌는데, 앞에 앉은 관객이 그 땀을 맞으면서 연주를 들을 정도로 자리가 비좁았죠. 덥고 불편한 공연장이었는데도 연주자와 관객 모두 음악에 몰두하던 당시 분위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대학로로 무대를 옮겨 매주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하우스콘서트는 연주자들에게 가장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무대다. 일반적인 콘서트홀에서의 무대는 관객과 분리된 연주자만의 공간이라면, 하우스콘서트 무대는 관객과 공간을 공유한다. 연주하는 내내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쫓는 관객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동시에 마치 버스킹하는 듯 관객들의 호응과 에너지를 곧바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남윤, 피아니스트 강충모 김선욱 손열음 조성진 선우예권 임윤찬 등 쟁쟁한 연주자들이 이 작은 무대를 거쳐 갔다.
하우스콘서트의 티켓 가격은 단 3만원. 원래 2만원에서 장고 끝에 올린 가격이다. 연주자들의 명성에 비해 턱없이 저렴하다. 해마다 1억원 넘게 적자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지만 부족한 예산의 대부분은 박 대표의 사재로 충당한다. 그동안 박 대표는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연희동 자택을 팔고 반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다.
“2016년쯤 파산 위기에 처한 적이 있어요. 그해 아버지와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나며 제게 7억원의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때 ‘7년을 더 버티라고 주신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먼 나라 아프리카에서도 공연을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하고 10년이 지나 2012년, 박 대표는 ‘판을 벌여보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에 500석 이상 규모가 되는 공연장이 400개 정도 있는데, 이 공연장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주자들에겐 꾸준히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지방 관객들에게까지 클래식을 즐길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바로 그해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으로 전국 23개 공연장에서 1주일간 100개 공연을 열었다. 그때부터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인 형태의 공연을 연달아 기획했다. 2013년 같은 날, 같은 시각 전국 65개 공연장에서 동시에 공연을 연 ‘원데이 페스티벌’은 이듬해 한국, 중국, 일본의 94개 공연장으로 확대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2018년 7월 한 달간 세계 30여개국에서 진행된 ‘원먼스 페스티벌’은 음악을 중심으로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다. 심지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작은 마을에서까지 공연을 펼쳤다.
매년 7월 작곡가 한 명을 테마로 한 달간 매일 공연하는 ‘줄라이 페스티벌’도 박 대표가 기획한 대표 공연 중 하나다. 2020년 베토벤, 지난해 브람스에 이어 올해의 작곡가는 헝가리의 바르톡이다. 여기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시간 릴레이 연주, 브람스 피아노 및 실내악 전곡 연주 등 파격적인 기획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는 바르톡의 ‘알레그로 바르바로(Allegro Barbaro)’ 한 곡을 7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번씩 연주하는 이색적인 공연을 열기도 했다.
“지방의 한 작은 공연장에서 똑같은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 단체 관람객이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분들이 한 시간 넘는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집중해서 보시더라고요. 하우스콘서트엔 지금도 매주 부여에서 매주 올라오시는 할아버지가 있어요. 이런 분들에게 좋은 공연을 집 가까운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와 더하우스콘서트의 목표입니다.”
들리지 않는 왼쪽 귀…다시 작곡가로
인터뷰 말미에 박 대표는 조심스럽게 “이제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하우스콘서트에서 동고동락해 온 후배 매니저들에게 전권을 넘기고 창작 활동에 주력하고 싶다고. 사실 그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올해 초부턴 손에 혈관염이 와 피아노를 칠 때마다 칼날에 베이는 듯한 고통이 온다.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선 치명타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멈추진 못한다.“그동안 남들 공연을 만들어주기만 하고 정작 제 공연을 많이 못 했어요. 감각이 더 떨어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작곡과 연주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물론 하우스콘서트에 오면 계속 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