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에 대한 새로운 고찰…애플TV+ 애니메이션 '럭'
불운은 필연적으로 불행을 가져오는 걸까.

애플 TV+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럭'은 불운의 대명사 샘 그린필드가 고양이 밥과 함께 '운의 왕국'을 여행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18살이 돼 보육원을 떠나 독립한 샘 그린필드는 불운을 달고 산다.

처음 건네받은 집 열쇠는 하수구로 떨어지고, 빵을 떨어뜨리면 꼭 잼을 바른쪽이 바닥을 향한다.

자전거 바퀴는 그가 타려고만 하면 바람이 빠져있다.

그런데도 샘은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의 불운을 인정하고, 주위 사람들을 위하며 살아간다.

보육원을 떠나며 홀로 남은 어린 헤이즐을 걱정하고, 실수를 연발했던 첫 출근날 저녁에는 길고양이를 위해 빵을 기꺼이 나눠준다.

그런 그에게도 행운이 찾아왔다.

길에서 우연히 '행운의 동전'을 주우면서다.

어떻게 던져도 물건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직장에서도 처음으로 칭찬을 받는다.

샘은 갑작스레 주어진 이 행운을 보육원 친구 헤이즐에게 주고자 한다.

자신을 입양해 줄 양부모를 기다리며 행운의 마스코트를 모으는 그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동전이 화장실 변기에 빠져 물과 함께 떠내려가면서 샘은 좌절에 빠진다.

전날 만났던 고양이를 다시 마주치자 하소연을 늘어놓던 샘은 고양이가 동전의 주인이며 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샘이 헤이즐을 위한 행운의 동전을 하나 더 달라고 부탁하자 고양이는 도망친다.

그를 쫓던 샘은 초록색 포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운의 왕국에 도착한다.

고양이의 정체는 왕국에서 일하는 스코틀랜드 출신 밥. 동전을 찾지 못하면 불운의 땅으로 쫓겨나야 하는 신세다.

샘과 밥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행운의 동전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운의 왕국에서 만들어진 행운과 불운이 임의로 인간 세계에 뿌려져 사람의 운을 결정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행운의 땅에서 일하는 이들은 애써 노력하지 않으며,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불운의 땅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늘 무언가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바에서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마자 쏟아져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어넘기는 식이다.

샘과 밥은 행운을 찾는 과정에서 불운이 있어야 행운도 의미가 있으며, 불운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행운과 불운의 작동 방식을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구현해냈다.

추상적 관념을 상상으로 구체화했다는 점과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관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결말은 픽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게 만든다.

주인공 고양이 밥을 비롯해 운의 왕국에서 일하는 작은 요정 레프리콘 등 귀여운 캐릭터들도 매력을 더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3', '팅커벨 4: 날개의 비밀', '팅커벨 5: 해적요정' 등의 페기 홈스 감독이 연출했다.

5일 공개. 105분. 전체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