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과 관련해 “국민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제 학부모단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반발이 계속되자 한 발 더 빼는 모양새다.

초등학교 조기 입학은 아이들의 신체와 지적 능력이 향상된 상황에서 교육비용을 줄이고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급감 문제를 완화하는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돼온 방안이다. 우리나라 학제는 해방 후 미 군정청이 1947년 조선교육심의회를 통해 유치원은 만 4~5세, 초등학교는 만 6~11세가 다니는 ‘6-3-3-4제’를 수립한 이후 76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5년 교육개혁심의위원회에서 초등학교를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만 5세 아동 중 학습준비도 검사를 통해 준비된 아이들은 조기 입학시키자는 방안이 처음 제안된 뒤 거의 모든 정부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기는 안이 추진돼 왔다.

그럴 때마다 유아교육계와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유아의 발달 단계와 조기 취학의 폐해, 만 5·6세가 함께 입학하는 데 따른 인프라 문제 등을 들어 결사반대하는 상황이 거듭돼 왔다.

이같이 난마처럼 꼬여 있는 초등 학제 개편안을 졸속으로 내놓고 나흘 만에 폐기까지 언급한 교육부는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피해 갈 일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필요한 개혁이라도 이해관계 상충에는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어제 유치원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학제 개편 관련 간담회에서 “확정된 방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나리오이므로 정책을 고쳐 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 열린 자세로 가겠다”고 했다.

맞는 방향이다. 만 5세 학제 개편안을 놓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넓고 긴 안목에서 저울질해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9월 학기제 등 모든 대안을 토론의 장에 올려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계 모든 직역도 각자의 이익을 내려놓은 채 열린 자세로 임하고, 정치와 이념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말 그대로 ‘백년대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