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가 4일 정부의 ‘규제심판대’에 오른다. 오전 0~10시 대형마트 영업 금지와 월 2회 휴무를 강제하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형마트업계의 요청을 두고 정부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4일 열리는 제1차 규제심판회의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규제심판회의는 한덕수 총리가 규제 혁신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규제심판부는 민간 전문가와 현장활동가 1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규제 종류에 따라 이 중 5명 내외의 전문가가 심판부를 구성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는다. 규제심판원이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규제심판 과정에서 외부 압력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규제심판회의 1호 안건으로 채택된 건 생활과 밀접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과 중소유통업·소상공인의 보호를 위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1차 규제심판회의에서 바로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규제심판부는 건의자·이해관계자·부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후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시한과 횟수를 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회의를 열 계획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규제인 만큼 첫 회의 직후 5일부터 2주간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도 함께 시행한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규제심판에서 제1의 성공요건은 충분히 듣는 것”이라며 “건의자, 이해관계자, 부처 등이 합의할 수 있을 때까지 회의를 몇 번이고 열어 균형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 규제와 함께 자동차 대여사업용 차종을 소형 화물차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는 승용차와 15인승 이하 승합차만 대여할 수 있다. 반영구화장을 비의료인도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외국인 학원강사의 학력 제한을 ‘대학교 졸업 이상’에서 ‘대학교 재학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규제심판부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단말기 유통법’을 개정해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을 폐지하고, 수산물유통업에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회의에 오른다.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정부가 규제심판 제도를 도입했지만 규제를 실제로 개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정 시점을 못 박지 않아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심판부가 결정을 하지 않은 채 규제가 계속될 수 있어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