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    연합뉴스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 연합뉴스
위례신도시 단독주택 땅을 분양받아 집을 지으려던 주민들이 집집마다 정화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서울시의 지침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신도시는 일반적으로 오물관 등 기반시설이 완비돼 대규모 중앙시설에서 오물을 처리한다. 구도심이나 도시 밖 전원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개별 정화조를 설치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29일 위례신도시 단독주택부지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청 환경과는 ‘올해부터 서울시의 지침이 바뀌었다’며 주택에 정화조를 설치해야만 건축 허가를 내주고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역 인근 270가구 가운데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은 7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정화조를 묻어야 할 처지다. 수분양자 양 모씨는 “정화조 공사 비용도 비용이지만 매번 오물차를 불러야하는 불편은 물론 불쾌한 냄새도 견뎌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수분양자들은 땅을 판 SH공사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SH공사는 “택지지구를 조성하면서 서울시와 오수차 집관로 설치 협약을 맺고 부담금도 냈다”며 “앞서 지어진 아파트와 주택은 정화조 없이 건축됐는 데 무슨 말이냐”고 맞섰다. 이상하게 생각한 분양자들이 조사한 결과 위례신도시에서 탄천 물재생센터까지 3㎞가량의 구간에 분리된 오물관과 우수(빗물)관이 만들어졌으나 센터에서 불과 몇 십미터를 앞두고 관로가 합쳐져 있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그동안은 이 정도 시설이면 오수관이 분리됐다고 인정받아 정화조를 만들지 않아도 됐는데 갑자기 지침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환경 관련 규정 해석상 오물관과 우수관이 완벽히 분리되지 않으면 정화조를 설치해야한다고 버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침을 바꾼 적은 없고 송파구가 그동안 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며 “오물관과 우수관이 분리되지 않으면 큰 비가 오면 지상으로 오물이 역류하거나 탄천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올림픽 때 바다로 오물이 흘러들면서 일본이 국제 망신을 당했고 관련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은 서울시와 송파구에 민원을 제기하고 감사 청구를 하는 등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오수관 공사를 서울시에서 해 놓고 이제 와서 무책임하다”며 “탁상행정 때문에 시민들만 피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