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를 줄이기 전의 충북지사 집무실은 덩치만 커진 지방자치단체의 거품과 비능률을 돌아보게 한다. 김영환 지사는 전임자들이 써온 88㎡(26.6평) 크기의 지사실을 20㎡(6평)로 확 줄였다. 기존의 접견 대기실에 책상과 회의 탁자만 옮겼으니 개조 비용도 들 게 없었다. 이전 집무실은 도청 직원들이 쓰는 회의실로 변했다. 김 지사는 12년 전 도 예산으로 구입한 아파트 관사에 들어가는 대신 월세 아파트에서 출퇴근 중이다. 관사에 입주했다면 지출됐을 리모델링 비용 8000만원이 절감됐다. 올해 예산이 7조6703억원인 충청북도 살림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지만, 의미가 작지 않다. 전국 지자체 평균이 45.3%, 충북은 30.2%에 불과한 재정자립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획일적 관사나 넓고 호화스러운 단체장실은 어제오늘의 폐단이 아니다. 좁은 국토, 더 비좁은 행정구역에 교통도 이처럼 발전한 나라에 굳이 관사를 두는 것 자체가 전근대적이다. 각급 공공기관장의 관사에는 통상 지원 인력까지 배치돼 불필요한 권위의식을 조장하기에 딱 알맞다. 집무실 외 접견실, 부속 회의실까지 다 있는데, 온갖 행사로 바쁜 단체장들이 얼마나 머무른다고 요란한 사무실을 만드나. 거창한 집기들까지, ‘권위 행정’을 조장하는 군림형 공간이다. 명예 봉사직으로 시작한 지방의회까지 어느덧 한통속이 돼버렸다.

조직·인사·예산 할 것 없이 지방행정의 거품이 심각하다. 가령 도시지역 1개 동보다 턱없이 적은 인구 8867명(2021년 12월)인 울릉군에도 3개 실·국, 5개 산하 사무소, 3개 읍·면사무소가 있다. 단순 비교는 무리겠지만, 민간 같으면 어떨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달 들어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대구시·경상북도 등지에서 산하기관 통폐합이 시도되는 것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모든 지자체가 동참해야 한다. 정부도 교부금 인센티브 등으로 최대한 유도할 필요가 있다.

거창한 것보다 쉽고 실감 나는 것부터 해보자. 다른 지자체장들은 물론 중앙 행정기관장 등 공공 영역 전부 김영환 지사를 본받을 만하다. 대통령실이 용산을 택한 것도 그런 취지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