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들이 최악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은 59만8000명에 달한다. 현장에선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구인난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와 20·30대 젊은이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 비(非)수도권 지방 일자리 외면, 택배·배달업 분야로의 전직 등이 얽힌 결과다. 그나마 부족한 인력을 메워주던 외국인 인력 유입도 코로나 사태로 급감하면서 인력 공백 현상이 극심해졌다. 각종 부품·소재 등을 생산하는 중소 제조 현장의 인력난은 ‘제조 강국’인 한국 경쟁력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인 만큼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려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를 받은 단순 노무인력 기준)는 2019년 말 27만6755명에서 올 5월 말엔 22만3374명으로 5만 명 이상 감소했다. 업종별 비자 총량에 제한을 두는 외국인력 연간 쿼터제를 폐지하고 현장 인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떠나보내지 않도록 체류 기간을 늘리고 재입국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귀한 몸’이 되자 이들이 높은 급여를 찾아 회사를 떠도는 현상도 현장의 인력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1년 내 이직률은 42.3%에 달한다. 이들의 사업장 이탈을 억제하는 방안이 동반돼야 하는 이유다.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 인력난을 크게 가중시켰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의 42.4%가 여전히 주 52시간제 시행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운데 가장 큰 원인으로 ‘구인난’을 꼽았다.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단위로 바꾸는 등 새 정부의 ‘주 52시간제 유연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직업계고(실업계고)를 인력 양성의 산실로 혁신하는 방안이 필수다. 현장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취업률은 지난해 28.6%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5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올해는 서울지역 72개 직업계고 중 72%인 52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제조 현장 수요에 맞춘 인력 육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