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서울지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청약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작년에 이어 공급 가뭄은 여전한 상황이지만 미분양 물량까지 급증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마저도 조정 국면을 염두에 두면서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어서다. 분양가 상한제 개편 때문에 주요 단지들이 공급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면서 올여름 서울지역 분양시장은 거의 휴업 상태다.

하반기에는 주요 입지 단지들이 분양계획을 줄줄이 잡고 있어 청약시장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입지·규모에 따라 단지별 양극화가 뚜렷해질 수 있어 자금마련, 미래가치 등을 따져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울 민간분양 9곳 중 6곳이 ‘미분양’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는 9곳에 그쳤다. 이 중 6곳이 최초 청약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도봉구 ‘창동 다우아트리체’(89가구)는 70% 남짓인 63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았다. 앞서 강북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강북 수유 ‘칸타빌 수유팰리스’, 관악구 봉천 ‘서울대입구역 더하이브센트럴’ 등도 미분양에 따른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심지어 일부 단지는 할인분양까지 하며 집주인 찾기에 나설 정도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 지역 신축단지 공급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올 상반기 청약경쟁률은 29.8 대 1로 전년도 같은 기간(164.1 대 1)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규제 강화와 잇따른 금리 인상이 청약 수요를 위축시킨 것은 맞지만 분양단지 대부분이 서울 외곽지역이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수요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으로 서울지역 공급 가뭄이 일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부동산인포 집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서울지역 공급 규모는 1만4889가구며, 이 가운데 571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따른 분양가 상승, 높아진 금리, 대출규제 등으로 예전처럼 ‘묻지마 청약’에 나서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며 “단지별로 수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정·이문·휘경 등서도 연내 분양

휘경3구역
휘경3구역
우선 오는 9월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이 분양 일정을 잡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에 공급되는 1265가구 규모의 대단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하 2층~지상 18층 14개 동으로 조성된다. 송파구와 위례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입지지만 지하철 3호선 경찰병원역, 5호선 개롱, 거여역, 8호선 문정역이 도보로 15분 이상 걸린다. 일반물량은 296가구로 많지는 않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49~84㎡로 구성돼 있지만 일반물량은 49~74㎡만 나온다.

중랑구 중화1구역 재개발을 통해 조성되는 ‘중화 롯데캐슬 SK뷰’ 공급 일정도 당초 7월에서 9월께로 밀렸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5층 8개 동 1055가구로 조성돼 이 중 501가구가 일반물량으로 풀릴 예정이다. 지하철 7호선 중화역 역세권(300m) 단지로 중랑천을 끼고 있다. 도보권으로 신목초, 중랑중, 장안중, 중화고 등의 학군이 형성돼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망우역,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상봉터미널 복합 개발 등 각종 개발호재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문3구역
이문3구역
올해 구체적인 분양 시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연내 공급이 예상되는 주요 단지도 있다. 동대문구 ‘휘경3구역’과 ‘이문3구역’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이 짓는 ‘휘경3구역자이’는 지하철1호선 외대앞역,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회기역 중간 지점으로 역세권 입지에 속한다. KTX중앙선과 1호선 경원선이 지상철도로 지나고 있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지하 3층~지상 35층 14개 동 전용 39~84㎡로 조성되는 이 단지는 1806가구 중 710가구가 일반물량으로 선보인다.

‘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도 분양가 상한제 개편 이후 연내 일반분양을 목표로 일반분양가 산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 단지는 동대문 이문·휘경동 일대 ‘최대어’로 4321가구가 조성돼 1067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라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다. 당초 연초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분양가 산정 등으로 인해 하반기까지 공급 일정이 계속 밀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금리 7% 시대에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따라 분양가까지 오르면 청약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지역에서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에 제약이 있어 ‘똘똘한 한 채’를 위해 청약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