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의 아마존 물류 창고 JFK8 전경. 사진=AFP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의 아마존 물류 창고 JFK8 전경. 사진=AFP
한 물류창고에서 1년간 직원들에게 통보한 징계(disciplines) 문서가 1만3000건을 웃돈다. 이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5300명 가량이다. 징계문건 수는 압도적이지만, 그 내용은 다소 자잘하다. 주로 '휴식시간을 4분 초과했다'거나 '일주일 간 1만5800개의 물품 분류 작업 중 4건의 실수를 범했다'는 지적들이 대부분이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유통기업 아마존이 미국 전역의 물류창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징계문건들을 확보해 보도했다. 아마존에서는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아마존노동조합연맹을 결성하는 데 앞장 선 전직 직원 제럴드 브라이슨은 "아마존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문건들은 브라이슨과 아마존의 소송 과정에서 아마존이 법원에 제출한 것들이다.

브라이슨은 미국 뉴욕의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최대 물류창고 직원이었다. 그는 2018년 창고 매니저와의 일화를 언급했다. 사흘간 수천 개에 달하는 재고들을 세는 작업을 하고 있던 브라이슨에게 당시 매니저는 '지원 피드백 문서(Supportive Feedback Document)'라는 이름의 문서를 건넸다. 해당 문서에는 "실제로는 20개 물건이 들어있던 저장고에 19개 물건이 있다고 집계하는 등 당신이 저지른 실수는 22번에 달한다"며 "1년 안에 6번 더 반복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적혀있었다.
사진=AP
사진=AP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처음 법정에 공개된 아마존 내부 문건들은 그동안 회사가 얼마나 일상적으로 직원들의 성과를 세밀하게 측정하고 기대치를 충족하도록 압박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현직 아마존 직원들은 "이런 가혹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우리가 전국적으로 노조 결성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브라이슨이 몸담았던 창고뿐만이 아니다. 미 뉴저지에 소재한 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는 1년동안 1만5000건의 징계문서가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창고의 직원 수는 4200명에 불과하다. 뉴저지의 또 다른 창고 직원은 "6분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며 견책 처분을 받았다. 한 직원은 시간당 164개 제품을 분류하는 성과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목표치(시간당 175개)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창고 매니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아마존은 "과거 일부 창고 관리직원들이 업무 코칭보다는 징계에 초점을 맞췄던 관행이 있었단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현재 정책이 개선돼 근무환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직원들의 성공을 돕기 위해 비판보다는 칭찬 같은 피드백을 더 많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