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심의 지표로 꼽히는 돼지고기값이 급등하자 당국이 양돈업체들을 불러 모아 군기 잡기에 나섰다. 장바구니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돈육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전날 대형 양돈업체 대표들과 한 회의에서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격 담합 등 시장교란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다롄상품시장에서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8% 상승한 t당 2만2695위안을 기록했다. 3월 중순 저점 이후 40%가량 올랐다. 농업농촌부가 매주 발표하는 전국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1일 기준 ㎏당 24.55위안으로 1주일 새 13% 뛰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항목 가운데 2%(추정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의 40%, 소비량의 50%가 중국 몫일 정도로 중국인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020년 하반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중국의 사육두수가 4억 마리에서 3억 마리로 줄면서 돼지 가격은 폭등했다. 이후 사육량을 늘려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양돈 농가들이 앞다퉈 돼지를 처분하면서 사육두수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 상승 영향으로 사료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진정과 봉쇄 완화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뛰고 있다. 남부지방 폭우로 돼지 출하가 막혀 도축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CPI는 4월과 5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주요국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중국은 안정세를 보인 이유 중 하나로 돼지고기값 약세가 지목돼왔다. 6월 물가지수는 오는 9일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돈육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당국이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